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민희 Apr 12. 2020

97. 휴식

덧셈 아닌 뺄셈

억울해지기 싫었다. 그래서 초저녁부터 쉬기로 했다. 작가 김금희의 칼럼 중 일부를 읽고 나서였다. "나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많이 잡는다는 명언은 일견 진실일지라도 그런 새는 이미 초저녁부터 잘 쉬었던 새임을 깨닫고는 왠지 억울해졌다."


이 한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통쾌해서 웃음이 나기도 하고, 먹이를 많이 잡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믿어온 내 관성적 사고와 태도에 허를 찔렸다고 생각했다. 막상 쉬기로 하니까 번뜩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쉬지? 


예전에 나는 <최고의 휴식>이라는 제목의 책을 빌려 읽을 정도로 잘 쉬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단순히 하루를 빼서 아무거나 하는 게 휴식은 아니었다. 안 보던 드라마를 보거나 유명한 카페를 가는 등 일반적으로 '여가 방법'이라고 분류되는 것들을 하고 난 밤엔 공허하기만 했다. 잘 쉴 줄도 몰랐던 거다. 


내겐 잘 쉬기 위한 여러 무기들이 있는 데, 최근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유튜브-디톡스다. 습관적으로 누르는 빨간 네모 버튼은 그 세계에 접속하자마자 날 사로잡았다. 거기서 나는 생각하지 않고, 사로잡혀버린다. 이곳이 아닌 그곳의 시공간에 집중하고, 영상 속 인물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휴식을 위해선 덧셈보다 뺄셈, 즉 더 할 것보다 하지 않을 걸 정해야 한다던데, 유튜브-디톡스란 뺄셈이 필요하다.


# 놀러와요, 글-놀이터!

https://room-alone.tistory.com/

keyword
작가의 이전글 96. 괴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