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민희 Jun 02. 2020

101. 사과 요청

"엄마가 나한테 사과했으면 좋겠어."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와 박상영의 연작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 속 대사. 맥락은 달랐지만 [드라마 속 '완'의 엄마는 어린 완에게 농약을 먹이려 했고, 소설 속 '영'의 엄마는 동성애자인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본질은 같다. 자식에 (좋게 말하면) 책임감, (나쁘게 말하면) 집착과 소유욕이 강한 엄마로 인해 상처 받았던 자식의 말이라는 것. 부모도 인간.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가 부모-자식 간 관계 속에서 일어날 때 여파는 길고 깊다. 자식에게 평생 상처로 남을 만큼. 무서운 일이다. 게다가 부모를 저버리는 일은 어려우니 애증의 관계가 되는 것. 


극 중에서 완(고현정 분)은 나레이션을 통해 엄마를 그때도, 지금도 이해하면서 이제와서 그 상처를 고백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기자신에게 묻는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용서할 수 없는 상처가 사실 제일 용서하기 힘든 게 아닐까. 혹자는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낫는다지만, 새살이 돋지 않는 상처도 있다. 우리는 그 상처를 애써 외면할 수도 있고, 존재를 인정하고 놓아둘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우린 언제든 완처럼 그 상처를 드러내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결과가 상처를 더 깊이 패는 일이 될지, 치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나중에 아빠 늙으면 버릴 거야."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장난기 섞인 어투에 우스갯소리로 받아들였다가 이내 진지해져 이유를 물었던 그 때. 친구가 들려줬던 이야기들. 폭력으로 오래 그리고 깊게 패인 상처. 그러나, 말처럼 쉽게 끊어낼 수는 없는 관계라 무력과 원망에 빠졌던 시간들. 결국, 눈물을 쏟던 친구의 모습이 '완'과 '영'의 말과 겹쳐 떠올랐다. 그녀도 아빠에게 사과를 받고 싶었을까. 부모에게 사과를 요구한다는 것, 삶을 준 사람때문에 삶을 빼앗기거나 흔들리게 된 사람들의 고통. 그들의 서사를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다.        


# 놀러와요, 글-놀이터!

https://room-alone.tistory.com/


작가의 이전글 -'글-놀이' 프로젝트 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