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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Jan 06. 2021

108. 영화 <국제수사>

너무 뻔한, 웃기지도 않은 브로맨스

영화는 배우 말고도 카메라 뒤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깃들어진 작품이다. 그런 만큼 비판을 할 때는 조금 조심스러운 마음이 든다. 함부로 말하기 쉽지 않달까. 특히, 이 영화는 해외 로케에 액션, 범죄 영화였으니 영화만 봐도 제작비는 물론 국내외 스태프의 고생이 많았을 듯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재미가 없었다는 게 문제. 노력과 성취가 정비례하지 않는 삶의 법칙은 여기서도 적용되는 걸까. 


어떤 영화는 관객에게 여운을 남겨 생각과 감상에 빠지게 한다. 한편 어떤 영화는 '왜 이 영화는 이렇게 재미가 없나' 생각해보게도 한다. "그 영화, 진짜 별로더라." 그 이상의 말이라도 할 수 있어야 두 시간을 낭비한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아서다. <국제수사>처럼 출연진이 탄탄한 경우엔 더욱 더 그렇다. 그가 '왜 이 시나리오를 선택했을까' 하는 궁금증도 더해지니까 말이다. 



이 영화가 실패한 이유를 정리하면 이렇다. 감독의 의도가 너무 뻔히 보여서 그 결과가 의도와는 완전히 틀어졌다는 것. 즉 웃기려고 하니까 웃기지 않았고, 울리려고 하니까 울기는 커녕 신파가 지겨웠다. 먼저 충청도 사투리부터 과한 설정이었다. 지역적 배경이 내용과 개연성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데 사투리를 쓰는 게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90년대 코미디 프로그램의 효과를 노린 건가? 


캐릭터들은 모두 이전부터 봐온, 웃기면서 맹한 듯한 인물의 전형이었다. 홍병수(곽도원)에게 맞아온 황만철(김대명)이 시키는 대로 뜨거운 욕조로 다시 들어가 쭈굴, 패트릭(김희원)에 당차게 맞서려던 홍병수의 총알이 한발 뿐이라 쭈굴 장면이 예다. 이때 배우들은 하나같이 연기를 잘하는데, 그게 문제다. 다들 잘할 만한 연기를 잘 해서 식상했다는 점에서다. 이는 섭외를 '찰떡같이' 한 걸 수도 있지만 달리 보면 캐릭터 자체가 기성품이라는 증거다.    



안 웃기면 감동적이기라도 했으면 좋을 뻔 했다. <국제수사>에서 감동코드는 죽마고우 홍병수와 김용배(김상호)의 우정이다. 용배가 병수에게 사기 치고 도망간 뒤, 필리핀에서 다시 그를 만난 병수가 용배와 관련된 범죄에 얽히는데 그럼에도 친구를 신뢰한다는 전개. 용배도 알고보니 병수를 패트릭에게서 구한다는 건데...그래서인지 후반부로 갈수록 이들의 만남에는 소년때의 영상이 자주 겹치고 배경음악도 자주 구슬퍼진다. 


근데 관객으로서 별 감동은 없다. 그런 우정을 안 겪어봐서인가 싶었다. 그러기엔 예전에 영화 <7번방의 기적>이나 <하모니>를 볼 땐 내가 사형수이거나 엄마인 적도 없는데 참 슬펐던 기억이 났다. 그것보단 이젠 이런 촌스러운 신파극이 더이상 관객에게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만큼 좀 더 충분한 서사가 필요할 터인데 이 영화는 코미디와 느와르가 엉성하게 엮인 장면으로 채우기 바빴다. 그 결과로 웃기지도, 울리지도 못한 게 아쉽다. 


# 놀러와요, 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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