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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Sep 25. 2022

드라마 <작은 아씨들>-1

    드라마 속 한 인물이 말했다. 돈보다 더 우위인 가치는 없다, 고. 예전 같았으면 불편했을 말이다. 교과서에선 이런 태도를 '물질만능주의'라고 했다. 그런 교육받고 자라 돈만 좇다 파멸한 채 혼자가 된 이들의 서사를 영화와 드라마, 책으로 접해온 나는 저 대사는 틀렸다, 고 생각했을 것이다. 저러다 혼자되지, 죽을 때쯤 후회할 거야, 라며 상상했을 거다. 사랑과 우정, 신뢰 따위가 돈보다 고귀한 가치라고 반박하려 들었을 것이다. 


    그것은 이런 가치가 돈과 공존할 수 없다는, 그야말로 편협하고 잘못된 사고 때문이었다는 걸 이제는 안다. 가치와 돈은 선악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대립구도로 나란히 세워둔 채 머리론 PC 한 척하면서 항상 부를 원했던 나는, 돈 때문에 스스로를 미워했던 나는, 돈이 뭘까, 따위의 질문을 던지곤 했다. 예컨대 이런 날 밤이었다.


    누군가와 택시를 탈 때쯤 앞자리에 않지 않으려 하는 나, 식당에 들어서며 자연스레 계산대와 멀리 앉으려 하는 나를 발견했을 때다. 발견했다고 하면 나의 무의식적인 행동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처럼 읽히지만 사실은 순간적으로 재빨리 계산했던 거다. 알면서도 했다. 그리고 내가 쪽팔렸다. 


    타지에서 혼자 공부만 하던 시절엔 월세에 생활비까지 돈 한 푼 안 벌면서 부모님의 용돈을, 20대 후반까지 받고 있는 게 마음의 짐이었다. 1, 2천 원을 계산해 썼다. 고시텔에 살 적에 2평짜리 방 크기만큼 생각의 크기도 작아진다고 느꼈는데, 단 몇 백 원 차이에 고민하고 돈 계산을 하고 있는 날 보면 마음의 크기도 작디작아져 쪼잔해졌다.


    당시의 상황 탓만도 아니었다. 원래 돈을 막 못 썼다. 있어도 쓸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왜? 가난하게 큰 것도 아닌데 왜 그런지 스스로에게 물어도 아직 모르겠다. 설득적인 이유는 없다. 그냥 돈을 낭비하지 않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 직장인이 되고서 저금을 해보니 뿌듯하다. 돈으로 하고 싶은 건 별로 없다. 그저 돈을 아끼고 모으고 버는 게 재밌는 사람인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이, 지난밤들처럼 스스로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려면 방법은 하나다. 진짜 부자가 되는 거다. 써야 할 돈에는 연연하지 않을 만큼 여유로워지는 것이다. 돈에 대한 욕심은 버릴 수 없고, 그렇다고 아끼는 관계들을 놓칠 순 없으니까 돈을 벌자는 거다. 그럼 돈과 우정, 사랑과 같은 가치는 같이 간다. 


    돈을 벌려면 돈과 친구가 되라고 책 <웰 싱킹>에 쓰여있었다. 돈과 나의 관계를 돌아본 계기였다. 나는 이제 돈을 좋아하기로 했다. 부자가 되기로 했다. 무슨 영화 주인공처럼 돈 버느라 관계를 등한시하고, 누구 등쳐먹지 않는 이상 부자가 되는 게 가치들과 절대 대립하지 않는다. 도리어 관계를 지키는 수단이 된다. 그걸 깨닫고 보니 저 대사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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