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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Jan 02. 2020

7. 일상이 '설국열차'의 꼬리 칸 같았다.

작은 환대의 기억이 설국열차의 상태를 깨게 해 준다.

일상이 설국열차의 꼬리 칸 같았다.


한 방송국 인턴이었던 나는 11인승 취재차량을 타면 제일 끝자리에 앉았다. 기자, 영상취재기자, 인턴 순이었다. 회식에서도 가장 구석진 자리가 내 자리였다. 안전을 위협받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타 비정규직의 설움에 비할 데는 못 된다. 하지만 일상의 경험은 매번 내가 정규직이 아니란 현실을 성실하게 인식시켜줬다.


취재 차량에 탈 수 없고, 회식에 올 수 없는 사람에 비하면 난 내부인인데, 같은 공간에 있는 이들 사이에서 나는 외부인인 것 같은 느낌. 비단 자리뿐 아니라 대화에 조차 낄 수 없던 나는 그 느낌을 소외감이라고 정리했다. 그것은 일정 부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고 난 이해했다. 하지만 우린 때로 불필요한 감정인 걸 알면서도 휩싸이곤 한다. 그때, 나도 그랬다.


"(인턴) 친구는 면접 때 어땠어요?"


2차로 간 이자카야에서 나와 반대편 자리, 그러니까 팀장 바로 옆 소위 '사장님' 자리에 있던 고연차 기자가 물었다. 시간은 새벽 1시. 다른 인턴들은 모두 집에 가고 나 홀로 눈치 없이 억지로 남아있던 때였다. 굳이 주목받지 못해도 그들이 나누는 얘기라도 엿듣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런 와중에 그가 멀리서 모두의 주목을 내게 가져다준 것이었다.


그날 1, 2차 포함해 처음 받은 시선에 난 얼떨떨했다. 하지만  그가 만든 환대의 판에서 나는 아주 잠깐이었지만 소속감을 느꼈다. 가장 낮고 소외된 자리에 있는 이에게 내준 마음의 한 켠. 그것에 나는 감사했고, 신뢰를 느꼈다. 이제껏 '난 정규직 되면 저렇게 하지 않을 거야.'하고 날을 세웠던 마음이 '나도 언젠가 받은 마음을 돌려줄 거야.'라고 생각한 하나의 계기가 됐다.


작가 김영하는 환대와 신뢰의 선순환이 세상을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든다고 했다. 그 날 내가 가졌던 그 마음이 선순환의 시작일 것이다. 직급과 나이 등에 따른 분리와 배제, 일상의 '설국열차'. 자본, 계급 따위의 큰 단어를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 곁에 존재하는 설국열차는 일종의 상태가 된 듯하다. '설국열차 상태'에 진동을 울리고 균열을 내는 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주고받는 환대가 아닐까. 그리고 쌓여 가는 신뢰. 환대의 기억, 신뢰의 성장. 설국열차의 상태를 깨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 놀러와요, 글-놀이터!

https://room-alo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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