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민희 Jan 05. 2020

10. 예능 보다가 울었다.

타인의 성취를 내 것처럼 기뻐하는 관계의 축복

예능 보다가 울었다. 대놓고 울리려고 배경 음악이며 대사를 깔아대는 신파극에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 내가 MBC <나 혼자 산다>를 보면서였다.

박나래가 대상을 수상하던 순간에 함께 환호하고 울컥해하던 동료들을, 그 와중에도 '따봉'을 유머스럽게 날리며 같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장도연을 봤다.

타인의 성취를 자신의 것처럼 기뻐해 주는 이들이 주변에 있다는 게 얼마나 벅찬 일인지. 그 예쁜 마음들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박나래가 잘 살아왔다는 방증이겠지.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정독실에서 야자를 하고 있는데, 누가 내 어깨를 툭 쳤다. 고개를 돌려 보니 제일 친한 친구였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야, 나 됐어.라고 했다. 수시전형 우선선발로 원하던 대학에 합격한 것이었다.

순간 나는 정독실의 침묵을 깨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곤 주변의 친구들에게 얘, 됐대!라고 했다. 그들의 축하론 모자라 교실에까지 갔다. 그러다 학생 부장 선생님께 걸려 벌을 섰지만 무릎 꿇고 손들고 있으면서도 우린 연신 싱글벙글했다.

지금도 친구는 그때를 회상하면 그 소식을 듣던 내 표정이 진심으로 기뻐 보였다고 말한다. 이후 그 친구 역시 내가 이룬 성취에 당시의 나 만큼이나 카카오톡 채팅방이 떠나가라 축하를 해주곤 한다.

나 혼자 산다를 보면서 울었던 건 그 순수한 마음을 가져본 만큼 공감돼서였다. 얼마나 크고 감사한 마음인지 알아서다. 내가 누군가에게, 또 누군가가 나에게. 그 축복을 자주, 많은 이를 통해 누릴 수 있길. 내가 아끼는 이들에게 올해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어내는, 벅찬 일들이 꼭 하나씩은 생기길 바라본다.


# 놀러와요, 글-놀이터!

https://room-alone.tistory.com/ 

작가의 이전글 9. 1c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