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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Jan 04. 2020

9. 1cm

선생님, 안 굽혀져요...

요가원을 가는 길에 깨달았다. 오늘이 금요일이라는 걸. 


내가 다니는 요가원은 월화, 수목, 금 이렇게 묶여 수련 강도가 달라지고 뒤로 갈수록 강도가 세진다. 고로, 금요일인 오늘은 제일 힘든 날. 이 요가원을 다닌 지 고작 이틀 차인 나는 감히 10분 뒤의 고난조차 예상치 못한 채 당당히 수련장에 들어섰다.


땀이 수직 낙하하지 않고, 몸이 떨리는 만큼 흔들리며 눈 앞으로 떨어지는 광경을 본 적이 있는가. 곤두선 신경 때문에 충혈된 눈에 땀이 들어가 내가 잘 못 본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플랭크 자세를 잡던 순간에, 선생님의 의도적인 늦춤에 따라 기나 긴 십 초 동안 내 몸과 매트는 이리저리 땀범벅이었다. 


시퀀스에 따라 선생님은 플랭크 기본자세 버티기에 이어 푸시업 하듯 팔을 굽히라고 했다. 팔은 굽힌 자세에서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이고 어깨는 내리고 아랫배는 당기고 엉덩이엔 힘주고 허리를 휘지 않게 조심하면서 가슴은 앞으로 펴라고 했다. 해야 할 게 참 많았다. 그런데, 나는 일단... 팔이 안 굽혀졌다. 


두 팔을 곧게 펴고 있자 선생님께서 다가오셨다. 


"팔을 굽혀봐요."


선생님이 말했다. 너무 쉽게 동작을 해 보이던 그의 눈에 난 하찮아 보였을 테다. 


혼자 온몸으로 여진을 겪고 있던 나는 목소리조차 떨며 말했다.


"선생님... 안... 굽혀져요."


자애로운 미소를 띠고 선생님은 1cm만 굽혀보라고 했다. 1cm부터 굽히는 게 시작이라면서. 그래도 지난 세 달간 헬스장에서 팔 운동 기구를 야무지게 당겨 본 근력으로 1cm는 굽혔다. 선생님은 날 격려해줬다. 그 말할 시간에 빨리 카운트나 세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소소하지만 시시하지 않은' 출발이었다.


1cm의 힘! 

을 이야기하기에 고작 하루가 지났다. 내 팔뚝은 아직도 곡선 없이 일자형이다. 근육이 없단 뜻이다. 팔은 팔 굽혀 펴기는커녕 머리 넘기기에도 벅찬 상태다. 근육통이 심한 탓이다. 팔이 아파 밤에 두 번이나 깬 건 어린 시절 물놀이한 날 밤 이후로 처음인 듯하다. 


1cm 따위에도 내게 강력한 고통을 남긴 2일 차의 요가. 요가도, 특히나 팔 굽히기도 이제 시작은 해놨으니 계속해나간다면 더 나아질 일만 남았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으니까. 어제의 내가 고생했다. 하루씩만 잘 살아내도 썩 괜찮은 일주일이 되고 곧 생이 될 거니까!        


# 놀러와요, 글-놀이터!

https://room-alo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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