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맞았겠네요?" 형제자매가 있냐는 질문에 오빠가 있다고 했더니 돌아온 대답. "경상도면 더했겠네요"와 함께. 정말로 많이 맞고 자랐던 나는 천진난만하게 무례한 그가 놀라웠다. 그것이 일반적인 사실이라도 쉬이, 가벼이 꺼낼 수 없는 말을 저리 무신경하게 내뱉다니.
이는 마치 가정폭력을 고발하는 척 전시하는 몇몇의 상업 영화와 같았다. 폭력을 과감하고 둔하게 묘사함으로써 현실에서 폭력의 당사자였던 관객을 불쾌하고 불편하게 했던 영화들. 영화 '벌새'의 김보라 감독이 소리로만 채운 가정폭력 장면을 접했을 때 나는, 그간 영화들이 어떻게 폭력을 무지한 무감함으로 다뤘는지 깨달았다.
무의식적으로 반영된 편견의 언행을 알아차리기는 건 쉽지 않다. 예민한 촉수를 건들긴 하지만, 나조차 그것이 내면화됐고 달리 표현하는 사례를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데, 알고 나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가장 최근, 영화 '시동'을 보다 폭력이 남성성의 하나로 미화되고 일종의 유머로 구사된 장면들에 견딜 수 없었던 것처럼.
안타깝게도 영화와 달리 일상에서 폭력의 상처를 헤집는 게 아닌, 또 다른 방식을 접해본 적은 없다. 굳이 건들지 않는 침묵이 최선이었다. 그것은 무지한 무감함이란 칼보단 뭉툭했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타인의 불행 또는 상처의 기억엔 입을 닫는 것이 그나마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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