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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Jan 21. 2020

26. 그림자

항상 뒤에 서고 따라 걷는다

같이 고생하고도 결과물에선 그림자에 그친 존재의 나를 발견할 때 씁쓸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4분짜리 리포트 끝, 화면 오른쪽 아래에서 혼자 찾는 내 이름. 저 리포트 하나를 위해 이틀간 돌렸던 전화, 풀었던 싱크, 허비했던 이동시간, 인내심을 테스트했던 추위와 무례. 그것이 오롯이 보상받지 못한 채 직급에 따라 달리 비치는 빛.


선배의 기사였던 만큼 공이 지배적이지만, 리포트가 끝난 뒤 그에게 쏟아지는 말들과 시선에 대비된 나의 초라함에 나는 혼자 고개를 숙이고 퇴근한다. 아무도 알아차리지도, 신경 쓰지도 않겠지만, 이 자리에서의 내 감정을 오래 그리고 깊이 간직해 성장하자고 다짐한다.


언제 어디서든 선배 뒤에 서고 따라 걸을 때 내가 비서인지, 후배인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스스로를 과하게 낮추는 건지, 주눅이란 옷을 입은 건지 알기 어렵다. 어쨌거나 이 시기를 아내야 한단 건 안다. 양과 달리 달은 모두에게 평등히 비춘다. 날 비춰주는 달 아래선 난 그림자가 아니다. 많이, 자주 작아졌던 오늘의 날 위로하고 용기내본다.


# 놀러와요, 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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