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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Jan 22. 2020

27.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아니, 사랑을 해보긴 했을까

"그 사람을 사랑했어, 또는 사랑해?"란 질문에 단호히 긍정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사랑에 빠진 자기 모습을 사랑이라 착각했을 수도 있고, 사랑이라 느껴야 한다고 스스로 세뇌시켰을 수도 있고, 살면서 '남들 한 번은 해본다는' 사랑을 못 해볼까 두려움에 사랑이라 칭해버렸을 수도 있지 않나.


이는 영화 '우리의 20세기'에 나온 대사 일부다. 극 중 아들이 이혼한 엄마에게 아빠를 사랑했느냐고 묻자 그녀의 답변이었다. 영화를 보다 정지시켜놓고선 혼자 답해봤다. 첫사랑이라 추억해왔던 구체적인 인물을 떠올리면서 난 그를 사랑했을까, 하고. 사실은 저 세 가지 중에 하나였거나 또는 셋 다 뒤섞였던 게 아니었을까. 사랑이 있긴 한가?


곰곰이 생각하던 중에 카페에 흘러나오는 노래들에 귀 기울였다. 온통 사랑 이야기. 사랑의 전후 모든 과정과 개별적인 맥락 더해 수없이 다양한 내용들. 저리 사랑이 중요하다고들 말하는 데 우리가 진정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지 자체에 의문이 드는 나는 심술인지 회의인지 모를 감정이 들었다.


세상에선 연애 상태가 정상이고 사랑이 세상의 모든 감정이 수렴되는 최고 언어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사랑이 정말 개인에게 각자 어떤 감정이자 의미인지 고민 없이 퉁쳐 그저 아름다운 것으로만 묘사되는 건 지루하다. 이제 난 어린 소녀가 아니니까. 사랑이 인간에게 제일 고귀한 가치라데 그게 뭘까, 난 해보긴 했나, 할 수 있을, 해도 지속되나?


# 놀러와요, 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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