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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Jan 24. 2020

29. 내가 엄마였다면

설 연휴를 맞아 갓 결혼한 오빠와 새언니, 부모님과 시간을 보냈다. 내가 엄마였다면, 오늘 나는 복잡하게 심란했을 것 같다. 오빠가 처음으로 아침부터 명절 음식을 같이 했다. 그를 보며 "내가 할 땐 안 돕더니 아내가 생기니까 하네" 하는 괘씸함도 들었을 테고 "나도 저렇게 다정한 남편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질투심도 생겼을 것이다. 하나는 엄마로서, 다른 하나는 여자로서.


엄마는 아빠와 나 셋만 있는 공간에서 오빠가 새언니에게 잘한다고 칭찬했다. 내 동조에는 씁쓸한 뒷맛이 남았다. 티 내지 않으려 하지만 엄마의 서운함이 느껴졌고, 엄만 그 서운함을 불필요하고 잘못된 감정으로 스스로 치부해버릴 사람이란 걸 알고 있어서다. 그렇게 가린 감정의 민낯은 혼자 마주 할 테니 외롭지 않겠나 싶었다.


훈련된 강인함으로 삶을 지탱해온 엄마지만, 그나마 엄마가 가장 자주 가까이서 기대던 한 축인 오빠가 사라져 버린 상황 또는 오빠란 지지대가 헐렁해진 느낌은 그녀에게 쉽게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다. 오빠의 결혼으로 맞이한 새 관계의 역학, 가족 모두가 각자 자리에서 적응하고 수용해나가는 수밖에.


# 놀러와요, 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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