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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Jan 26. 2020

30. 안경테

겨우 안경테 하나인 데

안경테가 녹슬어 엄마는 매니큐어를 발라 놓았다. 안경의 코받침이 하나 사라져 엄마 콧등에는 자국이 생겼다. 그래서 새 안경테를 사드렸다. 십 구만 원이었다. 사회 초년생이란 이유로 아직 부모님께 용돈을 드려본 적 없는 나는 연휴 내내 얻어먹고, 얻어 타는 게 마음이 쓰였다. 선물세트 사주긴 성의가 없는 것 같고 필요한 게 있냐고 하면 항상 없다고 하는 부모님이라 빈손으로 부산에 내려왔던 탓이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엄마에게 당장 필요한 걸 찾아 사드린 게 너무나 마음 벅찼다. 내가 살게, 하며 계산대에서 카드를 꺼내 드는 건 어린 시절부터 내가 상상해오던 모습 중 하나였다. 


그런데, 엄마는 자꾸 고마워했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고맙다, 자랑하겠다, 큰돈 쓴 거 아니냐, 안경테도 사줬는데 먹고 싶은 게 없냐고 물었다. 내가 부산에 올 때마다 엄마가 마련하는 음식, 자취한다고 서울로 3주에 한 번씩 부쳐주는 반찬, 비정규직이라고 매달 보내주는 월세에 비하면 턱도 없이 부족한 선물인데도 말이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엄마란 다 주고도 주지 못한 게 있을까 마음을 쓰고 자식에게 미안해하는 존재라고 했다. 그 말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아서 나는,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더 많이 주는 자식이 되고 싶어 졌다.


# 놀러와요, 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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