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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Jan 28. 2020

32. '이 영상'과 '저 말'이 왜?

디테일이 신뢰를 떨어뜨릴 테니 안타깝다.

오늘 오전 방송 뉴스를 보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영상'이 왜 나오지, '저 말'이 어떻게 헤드라인이 되지, 싶어서였다.


'이 영상'이란 중국발 우한 폐렴 환자 실신 영상이었다. 인터넷 상에서 빠르게 퍼진 이 영상은 급작스럽게 쓰러져 머리가 깨진 중국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을 키운다. 바로 어제, 국내 교수들과의 통화에서 그들은 하나같이 '진위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영상이라고 했다. 다른 질환이 원인일 가능성이 더 높은데, '공포 마케팅'이라는 거다. 그런데, 그 영상이 버젓이 한 방송사 메인뉴스에 나왔다. 인터넷에야 누구나 영상을 올릴 자유가 있다지만 언론은 그것을 가려내야 하지 않을까? 진위여부가 명확치 않은 데다 불안감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은 영상을 굳이 리포트에 쓴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저 말'이란 국내 우한 폐렴 확진자 발생이 검역 탓이라는 주장이다. 보통 '검역 구멍' 같은 말과 더해져 유통된 이 표현들은 비판 대상만 만들 뿐 사실이라 보기 어렵다. 검역의 목적은 예방에 있지 않다. 현재 3, 4차 확진자처럼 입국 당시 폐렴 증상이 없었던 잠복기의 환자들을 가려낼 수 없었던 이유다. 중요한 건, 1차 저지선인 검역에서 걸러내지 못했대도 2차, 3차 단계로 콜센터와 보건소를 이용한 확진자 격리와 접촉자 확인, 시민의 자발적 신고와 예방 등이 촘촘히 진행돼야 한다. 검역이 무력하다거나, 콜센터 직원이 무능하다와 같은 일방적 비판만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런데, 그런 프레임만 짜는 헤드라인에 아쉬움을 느꼈다.


직접 만드는 사람의 노고와 상황은 잘 모른 채 관찰자 입장에서 팔짱만 끼고 비판하는 건 쉬운 일이다. 지금 내 글도 그렇다. 그럼에도, 이런 리포트의 디테일이 언론에 대한 신뢰를 하락시킬 수 있단 점이 안타깝다.


# 놀러와요, 글-놀이터!

https://room-alo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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