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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Feb 03. 2020

37. 각자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존중을 위한 선 지키기

취재 때문에 한 구청 관계자와 통화하게 됐다. 그 덕분에 나는 그간 진행상황을 몰랐던 해당 지역의 재개발 현장에 대해 잘 알게 됐다. 통화를 마무리할 즈음 그는 내게 이 사안이 기사화되냐고 물었다. 좋게 나가거나 가능하면 아예 언급이 안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간 사실 확인이 잘 안 된 채 나간 보도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고생담을 짧게 덧붙이며 내게 요청하는 그의 말 끝엔 힘이 없었고, 다소 간절하게 들리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가 얘기 나눠온 사안과 관련해 구청이 따라야 할 절차와 의무는 다 해왔는데, 혹시라도 언론에 잘 못 비칠까 걱정된다고 했다. 직원들의 사기까지 떨어지지 않겠냐고도 했다.


나는 그간 문제 해결에 있어 구청에서 최선을 다해왔음을 충분히 설명 들었으며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까지 알니 기사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문제점을 일부 지적하더라도 이는 구청 직원들이 못 한 부분만 부각해 노력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라 이 지역이 더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기자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도, 나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역할에 충실할 뿐이었다.


나는 이런 진실한 취재원을 만날 때면 자꾸 상대의 마음이 된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고,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가 없는 사회가 문제다. 그런데 이때 발생한 필연적 문제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으나 여차저차 실수가 있었던 개인이 지나치게 책임을 지고, 피해를 입을까 우려된다.


그들이 무고하건 아니지만, 그저 비판하기 위한 비판을 짜내는 생계형 기자가 되지 않기 위해 선을 지키고, 자기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단 생각. 내 견해와 이해에 갇히면 주위를 둘러보지 못한 채 실수(가 계속 되면 실력이자 인정)을 하고, 의도치 않게(면죄부는 못 돼도) 피해를   수 있기 때문이다.


# 놀러와요, 글-놀이터!

https://room-alo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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