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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Feb 04. 2020

38. 마음을 주는 순간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는 순간 나는 아주 취약해진다. 호흡을 아무리 해도 상대의 연락 한 번에 얼굴 만면에 미소를 띠고 쾌활한 기운이 난다. 카톡을 보내기 전에 여러 번 내용을 검열하고도 보낸 카톡을 5분 안에 서둘러 대화창에서 영구 삭제하기까지 한다.


이럴 때면 왠지 나는, 내가 상대와 직접 얼굴을 마주했을 때보다 카톡 대화창에서 더 감정을 숨기는 데 미성숙한 것처럼 느껴진다. 디지털 시대라는데, 난 이런 방식의 소통이 더 어렵다. 그렇게 마음이 들킨 게 쑥스러워서 혼자 있는 데도 몸이 달아 열이 난다.


소수를 제외하곤 굳이 관계에 얽매이지 말고 편하게 상대를 대하기. 여러 경험을 겪고 수없이 되새김질하며 다짐했음에도 또 실패. 한땐 내가 왜 이리 마음을 쉽게 주면서도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하는지 궁금했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인 줄 알았더니 상대를 잃을까 두려웠던 것.


만큼 소중한 관계가 돼갈지는 천천히 지켜봐야 할 테다. 오래가기 위해 일부러 속도를 늦추는 인내를 가져보려 한다. 자기만의 속도로 가는 모든 것은 옳다, 지만 함께 만드는 관계에서만큼은 나 혼자 달려 나가고 멈추어 설 수 없을 테니까.


# 놀러와요, 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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