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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Feb 06. 2020

40. 강렬하지만 모호한

영화 <케빈에 대하여>

YOU LOSE. 케빈의 CD가 보인 화면 문구. 렉 걸린 컴퓨터를 보며 에바는 자신이 케빈의 덫에 걸렸단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케빈은 이미 이같은 상황을 예상하고 그녀를 골려줄 작정이었던 것이다. 케빈은 왜 그렇게까지 엄마를 이기고 싶었을까? 케빈은 자기 파괴와 사회 분노가 아니라 엄마를 향한 복수심때문에 가해자가 된다. 


그런데 왜 케빈은 복수심을 품었을까, 생각해보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사랑받지 못했다는 생각때문이었을까? 충분히 설명 가능한 측면은 있다. 에바는 원치 않은 임신에다 첫 아이인 케빈에 조급증을 느끼고 계속 가르치려든다. 심지어 폭력까지 행사했다. 그것이 어린 케빈에 큰 상처가 됐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케빈은 아기일 때부터 악을 써 엄마를 거부한다. 게다가 에바는 케빈을, 또 그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애쓴다. 주택으로의 이사, 데이트 신청이 예다. 때문에 케빈이 아빠와 동생을 죽이면서까지 에바에게 고통을 안겨주려는 설정이 잘 납득되지 않는다. 영화는 이 부분을 건너뛰고 서사를 진행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강렬하지만 모호하다. 살인 사건으로 드러난 뒤틀린 모자관계. 여기서 누가 잘 못한 건지, 어디서부터 잘 못된 건지 단언하기 어렵다. 그래서 살인 사건이 촉발된 배경에 케빈과 에바 중 누가 오롯이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명확하지 않다. 혼자 남겨진 에바는 십자가를 짊어진다. 주변 인물들의 테러를 참고, 케빈을 껴안아준다.


케빈 자신도 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모르겠는, 범죄 동기로 인해 이미 그들의 삶은, 나아가 무고한 이들의 생까지 파괴됐다. 케빈의 범죄 동기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는 문제이자 질문으로만 남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사실 에바를 주로 다루면서도 '케빈에 대하여'라고 제목 붙인 걸지도 모른다. 이 영화에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그가 살인자란 사실 뿐이기 때문이다.


# 놀러와요, 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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