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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Feb 12. 2020

45. 정치하는 꼴하곤

'봉준호 감독' 생가 보존, 동상 건설, 박물관 건립, 길 조성. 


총선을 앞두고 일부 자유한국당 소속 대구 지역구 의원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이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지 이틀만이다. 일각에선 지난 정권에서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봉준호 감독을 올려 탄압했던 자유한국당이 낮짝도 두껍다는 말이 나온다. 그때나 지금이나 일부 정치인들은 문화예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에 바쁘다. 


문제는 양면적인 태도만이 아니다. 봉준호 마케팅에 열 올린 결과물이 효과가 있을까. 아직 공약 단계이니 경제성 등을 평가하긴 무리다. 그러나, 대구에 조성된 김광석길만 해도 인기가 떨어진지 오래다. 지금이야 유래없는 수상소식에 영화계뿐 아니라 나라 전체가 들썩이는 형국이지만 이것이 지속되긴 어렵다. 세금낭비가 될 수 있지 않겠나. 게다가 아직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의 동상을 세우는 일은 흔치 않다. 졸속 공약이다. 


더군다나 봉준호 한 명의 우상화가 갖는 의미가 과연 무엇인가. 봉 감독 영웅화보다 더 중요한 건 따로 있다. 그와 같이 재능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발굴되고, 그들이 자유롭게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사회가 토양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는 마치 김연아 선수를 척박한 환경에서 노력해 성공한 천재, 라고 칭해 띄울 뿐 피겨계 자체의 문제를 직시, 해결하지 않으려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 


이런 보여주기식 공약으로 세금 쏟아 부을 생각할 시간에 예술하면 배고프다, 란 편견과 현실의 이중고에 고통받는 문화예술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정책을 고안해내길 진정 바라본다. 예외적인 인물에 비추는 빛이 클수록 그늘에 서있는 이들의 수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소외된 이들에게 좀 더 많은 빛이 비치길. 정치면 기사가 보통 예능보다 더 웃겨진지 오래다. 그 웃음이 쓰다. 빛이 좀 더 넓게 비춰 우리 함께 웃을 수 있게 되길.   


# 놀러와요, 글-놀이터!

https://room-alo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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