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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Feb 14. 2020

47.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라?

안 되게 두자, 힘을 빼고.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라.' 성공 법칙으로 여겨지는 자세. 동일한 법칙이 타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 일에 적용되면 위험하다. 욕망에 사로잡힌 이기심이 발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욕망의 진원지와 그것의 효과를 잘 따져봐야 한다.

어젯밤 늦게 출장이 잡혔다. 내가 따르는 선배와의 출장이었다. 밤새 일을 하는 꿈을 꿨다. 내 역할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투영된 결과였다. 눈뜨자마자 생각했다. 힘을 빼자, 고. 힘을 주면 줄수록 경직되고 실수가 잦아지니까.

출장을 왔다. 선배 지시 중 하나는 한 유가족의 인터뷰를 따오란 것. 유가족을 대리하는 담당자와 통화했다. 유가족이 노출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끊었다. 다시 걸었다. 불편하시겠지만,으로 시작해 억울한 사연을 더 알리기 위한 노력임을 알아달라, 는 말로 통화를 끝냈다. 결국, 인터뷰는 하지 못했다.

인터뷰를 진행하고픈 간절함에는 소중한 이를 불합리한 상황으로 인해 잃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달하고픈 욕망이 있었다. 다른 한 편에는 지시한 바를 척척 해내는 날 선배께 보이고 싶은 인정 욕구도 있었다. 후자에 치우쳤다면 억지로 밀어붙였을 것이다. 불가능한 걸 가능케 하기 위해서.

통화를 마치고 선배께 보고하기 전, 숨을 골랐다. 이 결과를 내 무능으로 취급한대도 어쩔 수 없어,라고 생각했다. 이걸 되게 하려면, 이기적인 욕심을 앞세우면 그들이 상처 받게 될 테니까. 억지를 부려선 안 될 일이었다.

작가 김하나의 표현을 떠올렸다. '만다꼬'. 즉, 무엇하러? 그녀가 얘기한 맥락에 완벽히 부합하는 사용은 아니지만 무엇을 위해 그리 기를 써야 하나 생각해볼 때, 그것에 이기적인 내 욕심이 커다랗게 차지하고, 타인에게 해를 끼칠 일이라면 멈춰야 한다. 을 빼야 할 때다.


# 놀러와요, 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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