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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Feb 15. 2020

48. 당신에 대해 말해주세요.

우리는 서로에게 미지의 존재다.

우리는 서로에게 미지의 존재다. 그러므로 대화해야 한다. 당신은 혼자이거나 일을 하지 않을 때 무엇을 하나요, 당신에게 가장 좋았던 영화나 책은 무엇인가요, 오늘 당신의 기분은 어때요, 이번 주에 당신을 기쁘게 또는 힘들게 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라고. 각자의 하루를, 지난 사건과 앞으로의 다짐을 말하고 들어주다 보면 함께 보낸 시간만큼 쌓인 얘기로 우리는 조금 더 서로에게 투명한 존재가 된다.


많은 이들은 상대에게 묻지 않는다. 말하고만 싶어 한다. 이때의 상대란 공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지극히 사적인 존재라 해도 그렇다. 친구, 연인, 가족처럼. 상대를 알고 있다고 자만하는 건지, 애초에 궁금하지 않은 건지 단정할 순 없지만.


누구와 있든 항상 질문하는 쪽인 나는, 때로 질문을 받고 싶다. 내가 궁금한 사람이, 나를 궁금해해 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매번 실망한다. 대화방식의 차이인지 마음의 크기 차이인지 알 수 없는 순간들을 마주할 때면 나는 자주 옷깃을 여민다. 외롭고 공허한 마음을 외투 안에 가두려.


가까이 가려할수록 멀어지는 듯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는, 혼자 우두커니 뒤처져 서선 상대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애정이 상호 통하는 일은 기적이고, 행운이다. 그 상대가 내게 박상영 소설 속 문장처럼 '그러거나 말거나 너니까'라고 말해준다면, 날 그 자체로 받아준다면 마음이 벅찰 것이다.


그러자면 우리는 좀 더 서로에 대해 묻고 말해야 한다. 소중한 사람일수록 더 애를 써서, 용기를 내서. 나는 오늘 누군가에게 '감히 당신을 안다고 잰 체하지 않을 테니 내게 당신에 대해 더 알려주세요, 또 내게 물어주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 놀러와요, 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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