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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Feb 16. 2020

49. 주문한 적 없는 조언

반품할래요.

널 아껴서, 네가 안타까워서, 내가 후회해봤어서, 네가 성장하길 바래서 와 같은 서두로 시작한 조언. 요청한 적 없는 충고는 사실 에둘러 표현한 명령 또는 철저히 발화자 본인 판단에 불과한 것. 한때 이런 상황에 나보다 더 산 사람 말이니까 들어두면 얻을만한 게 있겠지, 하는 낙관으로 성실히 경청해봤다. 하지만 길고 피로한 대화 끝에 남는 건 그저 일방적인 수다, 인생 한탄, 돌려 까기 형식의 꾸짖음 등이 뒤섞인, 조언이란 외피만 쓴 말들.


상대는 좋은 마음으로 했다고 하겠지만 자기 자신조차 속이고 있을지도. 결국,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주입시키고 싶은 게 아닌가. 타인의 개성과 인생에 참견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굳이 말하지 않는 것이 예의이고, 필요한 경우라면 장소와 시간 등 전달 방식에 신중해야 한다. 꼰대가 되는 건 한순간. "요즘 이러면 꼰대라던데"라면서 자기 할 말 다 하는 진짜 꼰대. 애초에 주문한 적도 없는 조언, 반품하겠습니다.  


# 놀러와요, 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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