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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Mar 05. 2020

64. '코로나 19 사망자 1호'로 호명된 그 사람은

첫 번째 코로나 19 사망자는 조현병을 앓던 42kg 남성이었다. 그는 경북 청도 대남병원 장기입원자였다. 그와 같이 이 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했던 103명 중 101명이 코로나 19에 감염됐고, 그중 7명이 사망했다. 이후 이 병동의 폐쇄적인 운영 방식과 환자 영양 부실 등 문제가 밝혀졌다.

문화인류학자 백경영은 "사회적 위기의 효과 중 하나는 그 위기를 통해 '언제나 이미' 위기 중에 있던 사람들의 존재가 비로소 드러나는 데 있다"라고 했다. 첫 번째 사망자 사례처럼 언제나, 이미 위기를 겪고 있었으나 소외됐던 이들의 고통이 이제야 세상 밖에 알려진 것이다.

그의 존재는 폐쇄병동 밖 사람들에 해가 될 때에만 호명될 수 있었다. 정신질환, 특히 조현병에 관한 우리의 편견과 공포가 그를 세상과 분리시켜 놓았다. 제대로 못 먹고, 적절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방치돼있었던 이십여 년 간의 시간 동안 그는 이 사회에 인정받지 못한,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코로나 확진 사망자 '1호'가 됐을 때, 숫자로써 그는 겨우 존재하게 됐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한 칼럼에서 "이 재난을 극복한 뒤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계속 재난을 극복해 나가는 일일 것이다. 오랫동안 진행 중이었던, 우리의 미래에 관한"이라고 말했다. 그 극복 방법이란 소외되고 방치됐던 약자들에 대한 관심과 대책 마련이 아닐까.

한국일보 기사에 따르면 지난 2일 공개된 보건복지부 주요 업무계획에 대남병원 참사 재발 방지 대책이 없다고 한다. 우리는 재난을 극복할 의지가 있는가, 이미 진행 중이었던 '오래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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