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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Mar 07. 2020

66. 좋은 죽음

생의 한가운데 죽음을 생각해보는 일

'목격자를 찾습니다.' 오늘 버스 타고 지나던 길에서 본 현수막. 흔히 보던 쓰레기 무단투기 목격자가 아니라 뺑소니 가해자를 찾는 것이라 유심히 봤다. 사건 개요에 따르면 오전 7시경 한 덤프트럭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을 치고 달아났다고 했다. 그녀는 무사할까? 질문은 곧 염원으로 바뀌었다.


사건사고 없이 무사한 일상을 산다는 것은 사치스럽게도 지루하다. 그리고 우리를 안이하게 만든다. 언제나 존재하는 죽음의 가능성 앞에서 말이다. 장의사 케이틀린 도티는 "1초마다 2명이 죽"지만 우리는 죽음을 의식 맨 아래에 숨겨놓고 회피한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통해 '좋은 죽음'에 대해 성찰한다.  


좋은 죽음? 그게 뭘까, 나에게 내 친구에게 그리고 부모에게. 이 질문에 선호하는 장례 절차로 답할 수도 있겠지만 죽음과 동전의 양면인 생의 의미에 대해 말할 수도 있을 테다. 과거엔 내가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단 사실이 애정과 감사를 표할 용기와 열정의 동력이 됐는데 지금은 딱히 그렇지 않다. 경험상 '깨달았으니 어서 무언가를 해야 돼'라고 생각할 때는-꼭 죽음이 아니라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나았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대신 이렇게 생각한다. 그저 매일 하던 대로 일상을 잘 영위해가는 것, 때로 반복적인 일상에 치여도 품어왔던 가치관은 지키려 살아가려 애쓰는 것, 그게 좋은 죽음을 준비하는 방법이 아닐까. 하고. 곧 좋은 생이겠지. 죽음을 상상하는 동시에 꿈꿔왔던 여행지로 훌쩍 떠난다거나 갑자기 지인에 연락하는 것보다 사실 그게 더 어려운 일 같다.


빛과 그림자, 좌절과 희망처럼 삶과 죽음 역시 공존하는 것이라는데, 삶을 사는 중에 한 번쯤 죽음을 생각해보는 것은 유익한 듯하다. 잠깐 일상에 브레이크를 걸어 날 멈춰 세우고 마음의 자세를 정돈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잘해봤자 시체가 되'니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탐욕 부리며 살 필요도 없다.


# 놀러와요, 글-놀이터!

https://room-alo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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