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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Mar 09. 2020

67. 선택의 양면성

영화 <소피의 선택>

"Don't make me choose."(내게 선택하라고 말하지 마세요)


"Up to your choice."(네 뜻대로 해)란 표현이 일상적인 사실이 보여주듯 존중이 미덕인 현대사회에서 선택권을 밀어내는 한 여자가 있다. 영화 <소피의 선택> 주인공인 '소피' 얘기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앞에 선 그녀에게 선택지가 주어진다. 딸과 아들 중 한 명만 살릴 수 있는데, 누굴 택하겠냐는 것. 소피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나치 장교가 베푼 잔인한 은혜다. 이 선택지 앞에서 울부짖던 소피는 말한다. "딸아이를 데려가요"라고. 


선택이란 보통 주체의 자유의지와 연결되지만 예외가 있다. 애초에 선택지가 불공정할 때다. 구조 속의 개인은 불가피한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다.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택하는 방식이다. 영화 속 소피가 그랬다. 죽일 아이를 고르지 못하면 두 아이 모두 죽는다. 그녀의 등 떠밀 린 선택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기는 쉽지 않다. 반면 이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표현이 남용되는 경우도 있다. 충분히 선택지를 다양화할 역량이 있음에도 그 선택이 불가피했다고 합리화할 때다. 


이처럼 양극화된 경우의 공통점은 어찌 됐든 자기 이익을 위해서란 점이다. 소피에게 아이 둘 다 죽는 것보다 한 명이라도 사는 게 이득이었던 것처럼. 차이점은 명확하다. 그 기준은 선택의 주체가 그 사회의 약자인가 강자인가에 있다. 나치 치하 폴란드계 여성 소피는 두말할 것 없이 약자였다. 후자는 우리 주변에 많다. 선택의 양면성 앞에 진짜 얼굴을 가려내는 수준이 곧 지성일 것이다. 누굴 지키고, 누구에게 맞서 비판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우리의 의식 수준이고 곧 그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 놀러와요, 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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