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엔 역경(외부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자기 자신(내부의 적)을 이겨내 끝내 목표를 성취하는 플롯이 자주 등장한다. 이른바 '인간 승리'라 불리는 이 스토리텔링은 현실에 기반을 둔다.
올림픽 같이 국제대회가 끝나고 나면 메달 딴 선수의 고생담이 예다. 그런 사례를 접할 때마다 나는 그것이 내 삶에선 일어나지 않을 일처럼 느껴졌다. 내겐 그만큼의 의지나 역량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이 없다는 말이다. 내가 나약하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인 걸 너무나 잘 안다. 내 약점이다. 그런데 오늘 통학길에 들은 팟캐스트에서 장혜영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능력이란 게 명확하게 명명되는 것이 아니라서 관계 속에서 찾을 수도 있다."
비좁은 버스 안에서 수증기 찬 창문을 멍히 바라보던 나는 순간 깨어났다. 혼자 해낼 자신이 없으면 타인과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그런 기적들 말이다.
재작년 새해 소원이 떠오른다. 그때 참 열심히도 빌었다. 소원 내용은 앞으로 내가 걷는 길 위에 함께 걸을 동지들을, 또 그들을 내 곁으로 끌어당길 매력과 붙잡아둘 의지를 내게 달라고 신에 요청했다. 그간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진정한 승자는 협력에 성공한 사람이다." 영국 BBC 소속 생태학자 말이다. 필기노트 한 구석에 써놓았던 문장을 다시 들여다본다. 좋은 사람들을 나는, 다람쥐가 먹이 챙겨 놓듯 내 곁에 꽉 붙잡아두고서 언젠가 함께 이기는 진정한 승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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