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휴대폰 달력을 봤다. 습관이었다. 별일 없는 평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이었다. 디데이 세기 같은 거다. 빨갛게 표시된 일요일 네모칸 안에 든 지인의 이름들. 그날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들이었다. 주말에 먹고 떠들며 놀 테니까 오늘은 성실히 일과를 마치자는 생각을 하던 찰나 든 생각.
신기하다는 것, 서로 완벽한 타인이었던 우리가 어떤 계기로 만나 관계를 맺어왔다는 사실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고언을 꺼내올 필요도 없이 우리 곁에 존재해온 관계. 생각해보면 태어날 때부터 우리는 부모(없인 일단 생명이 안 생기니까)가 있고 의무 교육인 초등학교 생활에서 친구가 생긴다. 고향을 떠나도 관계의 시작과 지속, 이별은 필연적이다. 그렇게 관계 맺기가 당연한 일상에 대해 든 경탄.
코로나 19 확산으로 격리되거나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 중인 많은 국민들이 겪는 정서적 어려움이 방증. 온라인 의무교육, 재택근무 등 실용적 목적뿐 아니라 온라인 소통을 통해 더욱 활발해진, 새로운 방식의 관계 맺기. 그것은 영화 <Her>처럼 대상이 인간이 아니라도 유효하지 않을까. 이처럼 방식과 대상이 바뀌어도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저스틴 비버의 말을 빌려 끝을 맺는다. "결국 관계가 제일 중요해요. 다른 어떤 것보다 소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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