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기제가 발동되는 동기 중에 불안이 있다고 한다. 나는 행복할 때 불안하다. 그래서 행복에 방어기제가 있다. 기쁘고 벅찬 순간을 오롯이 즐기기보다는 이런 생각을 한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다음에 얼마나 힘든 일이 생기려는 거야, 또다시 우울하고 무기력한 시간이 찾아오겠지. 그런 상황이 닥치면 덜 당황하고 덜 상처 받으려고, '원래 이랬잖아, 뭐'라고 생각하고 넘기려고 미리 마음을 막 준비하는 거다.
방법은 날 자제시키는 것. 너무 들뜨지 마, 혼자 앞서 가지마,라고 나 자신에게 계속 말하면서. 그러는 새 순간은 지나가고 좋은 감정은 옅어진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다면, 우리는 행복한 때 의연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꼭 힘들 때만이 아니라. 지금 좋은 걸로 충분해, 란 생각으로 불안을 떨쳐내고 취약해질지언정 그 좋음에 날 맡기는 거다. 불행을 견뎌내는 것만큼 행복을 누리는 데도 에너지와 노력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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