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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Mar 29. 2020

86. 마시멜로우

가 무엇인가? 

"이 사회는 마시멜로우가 아니었다. 푹신하지도, 달콤하지도 않았다. 5분을 참아서 하나 더 얻은 마시멜로우는 세상의 변화를 바라지 않는 자들이 인내심이라는 포장지로 감싸 선물한 미끼였다. 인내심의 또 다른 이름인 침묵을, 그중에서도 불의에 대한 침묵을 강요하기 위해서다."


친구의 에세이 중 문장. 이 책은 내가 아주 어릴 적 전국을 휩쓸었던 초대형 베스트셀러였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었고, 성실한 꼬마였던 나는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고 책을 덮고선 '좋아, 결심했어!' 태도로 무장했었다. 나도 큰 보상을 위해 잠깐 유혹을 참아내겠다고 각오를 다졌었다. 여전히 나는 단편적으로는 마시멜로우가 표상했던 작은 유혹, 눈앞의 욕망에 휘둘러 중요한 기회와 가치를 잃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한편, 그 마시멜로우가 겉보기에만 푹신푹신하고 아주 짧게 달콤한 무엇이 아니라 사실은 쓰디쓴 진실에 조응된다면 어떨까? 예컨대 쾌락, 속박, 고립, 배제, 자아 잃음 등의 것. 그렇다면 우리는 그 표면적이고 휘발적인 무엇을 위해 현재를 인내하고, 또 침묵한 대가로 성공을 보장받는 거다. 그 성공조차 사실은 사회가 규정한 것이지만. 그렇게 성공을 하고 보상으로 마시멜로우를 얻은 사람은, 이제 그 마시멜로우가 달콤하다고 스스로를 속이며 삼키거나 이제 와서 어쩔 수 없다며 무기력히 수용하거나 이건 겪어보니 충분한 보상이니 너네도 하라고 타인에게 강요할지도 모른다.  


# 놀러와요, 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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