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한 시간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아들 필요한 서류를 떼주려고 면사무소를 들렀다가 내처 달렸다. 북한강변을ᆢ살짝 날도 낮게 드리워져 흐릿하다. 맛난 커피와 빵이 그리웠으나 중간에 차를 세우지 않았다. 한가로운 길이 너무도 좋았다. 양평에서 청평으로 넘어가는 길은 벚꽃 만발하면 더없이 아름다운 곳이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을 수 없다더니 꽃 진 자리 들어찬 초록의 기운이 삶의 그늘을 만들어주듯 차양막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보통은 서종 끝자락에서 돌아오는데 오늘은 강변 끝까지 가서 청평을 지나고 다시 가평의 유명산 자락 산길 드라이브로 초록의 흐름을 이었다. 올해 내가 쥐고 있는 화두가 '유머'와 '흐름'인데 제법 그런 삶을 살아내고 있어 만족스럽다. 모든 게 마음 먹기 나름이라는 평범한 진리는 언제나 유효했다. 삶의 흐름이 순하다 여겨지는 요즘이다. 긴박한 재정 외에는 나를 괴롭히는 일이 거의 없어서 제법 행복하다. 감사할 일이지. 여기에 맞춤한 커피 한잔이면 족하겠는데ᆢ
드라이브 중 잡힌 줌교육이 있어 카페를 들러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은 안 되었다. 천천히 방해받을 일 없이 드라이브를 즐긴 것으로도 충만했다. 집에 들어앉아 있을 때는 꼼짝도 않지만, 한 번 시동을 걸어야 숨구멍이 트이는 느낌이다. 이젠 체력적으로 딸려서라도 일을 서두르거나 강행군할 상황이 안 된다. 또 단체로 일을 치른 후에는 나 홀로의 가만한 시간이 필요하다. 일을 더 하려면 서울에 기거하는 게 낫지 않으냐고 수시로 물어오지만, 대도시에 사는 게 이제는 자신없다. 도시를 방문한 날이면 쉬이 지쳐서 나대로의 정화의식이 필요해진다.
요즘은 감사하게도 만나지는 인연들이 참 향그런 사람들이 많다. 어제부터 새벽 6시 글쓰기 루틴에 참여하고 있다. 진북 하브루타 대표 유현심 아우가 '마코쌤과 함께 하는 <3주 몰입 글쓰기>' 전자책 쓰는 챌린저스를 열었다. 마침 9월에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고 싶은 이들을 안내하는 글쓰기 챌린저스를 기획하는 마당이라 관련 전자책 한 권이 필요했다. 다시 새벽에 일어나던 루틴이 깨져서 또 엉망이 되어버리던 찰나에 좋은 계기가 되었다.
오늘 처음 참여하며 놀란 점이 있었다. 현심 대표가 '욕망이 꿈틀대는 마케팅'(이건 철저한 내 관점에서 신기한 곳이라는 별세계) 관련 단톡방에서 모집한 터라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게 될지 내심 궁금했다. 맙소사, 리더의 성향과 똑 닮은 품격있고 친절한 분들만 모였다. 특히 진정성 그득한 자세와 태도가 콘텐츠에 녹아 있었다. 외국인 제약회사 영업 고수, 5분의 기적을 준비중인 고등학교 교사, 단편 영화를 찍고 그림책을 쓴 작가님. 서로 어떤 콘셉, 제목, 목차면 좋을지 설계하고 50분 글쓰기를 한 후, 20여 분 서로 공유 후 피드백을 주고 받았다.
구조적이고 이성적, 정보 전달자로서 탁월한 역량을 가진 유현심 마코쌤은 아주 적절하게 리딩하고 핵심을 짚어주며 요원들을 잘 이끌어주었다. 대표가 가진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참여자들의 동기를 잘 끌어주고 있었다. 유대표의 말처럼 그들은 '긍휼감'을 바탕한 이들이라 배제되고 소외된 약자에게 시선이 머물러 있는 듯했다. 참 좋은 에너지의 흐름이 느껴졌다. 팀의 역동이 느껴지고 시너지가 터지는 걸 알 수 있었다. 1시간은 금방 지나가서 목차까지 다 잡지는 못했지만 일단 들어가야할 내용들의 목차를 대충 구상했다.
내가 만난 브런치, 브런치를 통해 어떻게 성장했는지, 개인 브랜딩으로서의 필수 아이템, 우선 무너지는 나를 세우던 브런치 글쓰기가 이제 너의 잠재력을 깨우고 자신의 가능성을 얘기하도록 너를 세우고 싶다는 내용, 우리가 된 이야기덩어리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게 될지를 써가면 될 듯하다. 코믹 버전으로 갈런지, 에세이식? 정보전달로 갈지는 내일 직관대로 한 꼭지의 글을 써보면서 결정할 양. 전자책에서 볼 수 없는 말랑한 기운을 넣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애초에 브런치 작가가 되어서 쓰고 싶게 하던 내 안에 꿈틀대던 그 마음과 다시 만나 보려고.
아침에는 다소 멍한 상태에서 그냥 목차 잡기 바빴다면 내일부터는 뼈대 위에 희고 몽글몽글한 솜사탕을 입혀 한없이 달콤해지련다. 아직 적응 전이라 하루 종일 졸리운 게 부작용이지만. 더 일찍 잠들 핑계를 만들어야지. 아들도 예비군 훈련가고, 옆집 현실도 장기출장. 사위가 적막해서 귀뚤이 소리만 그득하다. 간간이 지나는 열차 소리가 그래도 뜨거운 삶이라고 각성을 주는 듯하다. 때놓친 세상의 모든 음악을 유튜브로 다시 들으며 충일하다. 내일 새벽 6시, 에너지 좋은 이들과의 교류가 기다려진다. 아, 내일은 울림코치가 코칭 받으러 오는 날이니 이 또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