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진 배, 굶주린 영혼의 혜원이 무심한 듯 그러나 입 안으로 꼭꼭 되씹듯 뱉은 말이다. 그 한 마디 대사만으로 영화는 소임을 다했다. '쿵'하고 내려앉은 마음에 서서히 꽃이 피고 별이 떠올랐다. - 나의 브런치스토리 첫 글의 첫 문단 중에서
나는 브런치스토리를 왜 시작하게 되었지? 나도 궁금해졌다. 브런치스토리의 첫 페이지를 찾아 보았다. <나의 뜨락으로 간다>라는 작품 안에 첫 글을 올린 날이 2018년 12월 8일.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이입한 내 상태가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채, 허기를 달랠 길 없어서 어딘가에 무조건 기대어야 했던 마음이 들어 있었다.
2017년 말 개인사에서 가장 아픈 사건을 겪었다. 마음이 지옥인 채 겨우 생존하던 어느 하루, 병든 병아리가 따스한 햇살에 다시 깨어나듯 위안과 힘을 얻은 시간의 마음 그림이었다. 5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으면서 여전히 위안이 되는 걸 보면 진실했던 내면의 고백이 주는 힘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랬다. 내게는 브런치스토리가 ‘나만의 케렌시아’였다. 피 철철 흘리는 두 다리를 질질 끌며 숨어들 수 있는 곳, 신음 소리라도 낼 수 있는 곳. 말이 되지 않는 울음을 토해도 되는 곳. 누구에게도 말로 뱉어지지 않는 납덩이를 살짝 내려놓아도 되는 곳.
다음 카페를 몇 군데 가입해 있어서 자연스레 ‘브런치’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얼핏 보기에 에세이가 주류를 이루고 있기에 조금 만만하게 생각하고 작가 신청을 했다. 신청 당시에는 사마천 사기에 나오는 ‘고사성어’를 이용해 내 일상의 에피소드를 풀어내고 싶었다. 콘셉트가 차별화가 있었던지 한 번에 합격했다.
너무 쉽게 작가 신청이 통과되어서 나는 누구든지 그냥 신청하면 되는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통과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고 했다. 고사성어를 활용한다는 콘셉트가 확실히 먹혔다. 그리고 페이스북 팔로워(친구는 5천 명, 팔로워는 3천 명이 넘었다)가 꽤 있었다는 것도 한 몫 거들었다. 꾸준한 글쓰기를 하는 사람임이 증명이 되었던 셈이다.
작가 모자는 썼는데 피드에 글을 발행하지 않았다. 매일 페이스북에 길게 글을 써대던 내가 왜 멈칫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때까지 내가 SNS 상에 글을 쓰는 가장 큰 목적은 ‘책읽기’와 ‘글쓰기’를 멈추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로써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실존’하고 있음을 알렸다. 인천에 살면서 서울로 오가는 전철 안에서 무료함도 달래고 지인들에게 안부를 묻는 수단으로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게 다였다.
기분 좋을 정도의 움직임이 있는 전철 안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일은 일상을 지키는 하나의 루틴이었다. ‘달리는 도서관’이라는 해시태그가 늘 붙었던 글쓰기가 대부분이었다. 책을 읽고 소회를 나누는 것이 일상적 행위여서 부담 없이 써갈 수 있었다. 글쓰기의 얼개를 짜거나 각 잡고 쓰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정성을 다하거나 전략적인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
평가받을 필요를 느끼지 않고 소통하던 수단이 ‘작가’라는 타이틀이 붙자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이었을까? 독자를 향한 일방적 글쓰기라고 생각하니 글을 쓰는 일이 부담이 되었다. ‘고사성어’를 활용해 테마가 분명하게 의도적으로 글을 쓴다는 게 편하지 않았다. 누구인지도 모를 사람들이 내 글을 읽는다는 것에 덜컥 겁이 났다. 확실히 남의 시선이나 평가를 의식하기 시작하면 즐거운 글쓰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다.
브런치스토리 입문기들을 읽어보면 나와는 판연히 다르게 접근한 사람들이 많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처음부터 독자를 의식하고 대상으로 설정해서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독자가 읽고 싶은 책’을 쓴다를 모토로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타깃 독자를 분명히 하고 전문성을 첨가하니 개인 브랜딩으로서의 가치를 확실하게 했다.
돌아 돌아서 5년이 지나서 다시 브런치스토리를 내 글의 루틴 플랫폼으로 삼고 보니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많다. 예전에 친한 중국인 동생은 물건을 사면 매뉴얼을 꼼꼼히 읽고 그 물건을 제대로 활용을 하곤 했다. 나는 매뉴얼을 읽을 생각이 하나도 없이 최소한의 기능만을 사용하며 스스로 ‘기계치’라고 규정짓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살았다.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브런치스토리의 공지글을 꼼꼼히 읽으면 분명히 보이는 게 있다.
지금에나마 이런 정리를 하게 되는 것은 분명 나같은 이들이 곳곳에 있다. 문과생이라서 구조화에 약하고 두루뭉슬 애매모호 어중간하게 걸쳐서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얼쩡대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그래서 단 한 명이라도 나같은 짓은 하지 않았으면 해서이다. 브런치스토리의 문을 두드렸다면, 시간 나면 브런치스토리 운영 팀이 제시하는 공지와 팁을 샅샅이 뒤지면서 최적화하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브런치스토리 운영 팀에서는 첫 입문해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초반에 많이 띄워준다. 다음 포털의 카테고리 중 ‘오늘의 스토리’ 페이지에서 홍보를 해서 유입한다. 그러고보니 나도 그런 기회가 있었던 듯하다. 고두현 시인의 시집을 읽은 리뷰를 상세하게 쓴 적이 있는데 어느 날 라이킷 수가 400여 개가 붙었다. 깜짝 놀랐는데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그때 박차를 가했어야 했다.
“줘도 못 먹니?” 브런치 팀의 호의를 내가 져버린 셈. 그렇게 유입된 독자가 있을 때 매일 글쓰기를 하며 소통했더라면 독자 수도 늘어났을 것이고 재미를 붙였을지도 모른다. 사람도 일도 결국 시간을 투자하고 마음을 기울이며 관심과 애정을 쏟은 만큼 보상이 따른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했다.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중요한 신호를 놓친 덕에 뒤늦게 고생이다. 브런치스토리의 바다에 빠졌다면 발을 확실히 담그고 물속에 뛰어들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