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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의 예술가 육코치 Jan 05. 2024

참자기(Authentic-Self)로의 변신

TRE(Tension & Trauma Release Exercise)


나의 멘티이자 건강 코치인 울림코치는 TRE(Tension & Trauma Release Exercise) 프로바이더가 되기 위해 수련 중이다. 그녀는 실습을 위해서 우리 센터 다락방에서 나의 체험 세션을 진행했다.  TRE(Tension & Trauma Release Exercise)는 미국 911 테러 사건을 비롯한 전 세계 굵직한 참사를 겪은 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과 일상의 회복을 단시간 내에 돕고 있는 트라우마 치료 혹은 운동 기법으로 그 효과가 강력하다.  



감정과 연결되어 척추를 중심으로 퍼져있는 미주 신경을 관장하는 자율신경계가 이끄는 떨림을 통해 뭉쳐 있던 고통이나 슬픔이 치료가 되는 것인데 참여자의 순수한 개방성을 요한다. 나는 코치로서 요즘 가장 힘을 쏟고 주목하고 있는 바가 몸과 마음, 정신, 영혼의 통합성이기에 이 강습을 기쁜 마음으로 신청했다.



코액티브 코칭을 사랑하는 이유도 몸의 운동성이 지금 여기의 감정선과 닿아 관점이나 신념을 바꾸며 존재 자체를 통합적이고 전인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자연히 몸이 말해주는 온갖 신호에 대해 민감하게 알아차림을 하면서 지금 여기에 있으려 한다. 지금 여기에서 몸의 온갖 감각 기관을 통해 감정의 반응을 처리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은 정신을 우대시하면서 몸을 분리해  대상화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본격적인 중심부에 들기 전에 사전 스트레칭으로 몸을 열었다. 10여분 요가의 동작들과 비슷한 스트레칭을 하는데 집중하자마자 곧장 땀이 났다. 바깥 공기를 몸안으로 들여 순환이 되도록 하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바닥에 편안히 누워서 호흡으로 시작했다. 골반을 살짝 든 채 무릎을 세우고 안내에 따라 집중하기 시작했다. 애써 생각을 하거나 무엇을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모든 일이 저절로 일어났다. 자율신경계가 이끄는 대로 내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허벅지를 중심으로 잔 떨림으로 번져나가더니 팔을 제외한 모든 몸이 떨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숱한 영상들이 지나가며 눈에서 자연스레 눈물이 흘렀다. 어린 아이가 혼자 모로 서있는 채 비바람을 다 맞고 있었다. 겁은 먹은 듯 깜짝 깜짝 놀라는 순간은 있었지만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정면으로 있다가, 뭔가 움찔하며 힘든 상황에서는 살짝 얼굴의 방향을 바꿨다.  모로 돌리기는 해도 웅크리지 않아서 한편 안쓰럽고 또 한편으로는 듬직해보였다.



눈에서는 눈물이 계속 흐르는데 고통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 모든 장면을 느끼고 지켜보는 메타뷰 관찰자로서의 자기(SELF)는 정확하게 기록하듯 장면을 찍고 있었다. 아무런 평가나 비난 없이 그저 그 자체를 수용하고 있어서 꽤 유능한 프로파일러처럼 느껴졌다. 판단없이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으며 나쁜 생각에 빠져들지 않는 마음챙김의 상태랄까? 에고를 물린 텅 빈 마음, 진짜 나, True Self를 만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편안한가 했더니 웬걸? 갑자기 격랑이 밀려오기 시작하는데 가슴이 터질 것 같았고 몸이 붕 오르나 싶더니 나의 허벅지가 끝간 데 없이 크게 아래위로 흔들리기 시작하며 요동을 쳤다. 진정해보려는 노력없이 나는 그 상태 그대로 두었다. 그러한 상태임을 내가 알아차리는 순간 마치 서퍼들이 파도를 타듯 즐기고 있는 나를 만났다. 이 위에 올라타지 않으면 나는 영원히 사라질 것 같아서 그저 그 파도 위에 올라탔다. 놀랍게도 무릎을 중심으로 아래 위 좌우 중심없이 요동치던 하체가 골반과 허리를 중심으로 마치 잔 물결위에 출렁이며 좌우로 흔들리는 요람처럼 평온을 찾아갔다.



프로바이더인 울림코치가 물었다. 무엇이 느껴지냐고, 어디에서 느껴지냐고, 그 느낌은 어떠하냐고? 더듬더듬 말하는 내가 나를 알아차렸다. 내가 확실히 달라져 있구나. 나는 더 이상 과거에 살지 않구나. 과거를 생생하게 느끼되 만질 수도 있구나. 아프지만은 않구나. 나는 미래의 빛을 보기 시작했구나. 격랑에 휩싸이면서도 빛줄기를 향해 가고 있는 나는 확연히 다른 존재이구나. 오래도록 과거의 망령에서 헤어나지 못해 나를 스스로 신파의 주인공으로 여기며 살았다. 그러했을지 모르나 이제는 아니구나.



마치 얀 마텔의 소설 <파이 이야기>가 흘렀다. 태평양 망망대해에서 벵골 호랑이와 대치하며 구조될 때까지 서로를 길들이며 통합을 이뤄가던 내 안의 자아, 신, 철학 이야기. 과거 망령 속의 자아가 그렇게  통합을 이룬 채, 나를 살렸다. 한참을 고요하게 빈 배가 일렁이는 물결에 자신을 맡기듯 흔들리고 있었다.



"지금은 어디에서 자신을 느낄 수 있나요?"


"골반과 자궁 깊숙한 곳에서 이 상태를 느껴요. 뿌리가 단단히 내려진 느낌이에요. 나를 더 믿어도 되겠어요. 스스로 force가 아닌 power를 느꼈어요. 저는 제가 생각하는 존재보다 훨씬 강력하고 내면의 힘이 있어요. 저를 믿을 수 있게 되었어요."



묻지도 않았는데 내 입에서 줄줄 소리가 새어나왔다. 가슴에서 끓어올라 묵직한 무게를 실은 음성을 내가 잘 듣고 있었다. 그랬구나. 내가 나를 믿어주면 되는 거였구나. 나의 뿌리는 뽑혀 나간 적이 없었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어. 너무 깊이 박혀 있어서 내가 몰랐을 뿐......





1시간1 20분이 지났다고 했다. 한겨울의 바람이 봄날의 미풍처럼 느껴졌다. 나는 온몸 존재 샤워를 한 듯, 나의 곳곳의 세포들이 촉수를 세워 감응하던 순간을 느껴봤다. 문학적 수사로서의 표현들을 내 몸으로 공명해봤다는 놀라운 사실에 마지막에는 기쁨의 눈물이 차올랐다. 나는 경직되어 있지 않아서 다행이었고, 온 존재를 열어 나를 환대한 것에 만족감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빛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임을 알았다.



소리없이 그곳을 향해 헤엄쳐 가거나 빈 배 되어 물결을 타고 있다는 것. 꽤 괜찮은 내가 삶을 생명을 긍정하고 있다는 기쁨.  달리의 그림 <새로운 인간의 탄생을 지켜보는 지정학적 아이>라는 작품과 역시 사랑하는 책이자 영화 <파이 이야기>가 이 체험 안에서 내내 함께 돌았다. 나의 지향성이 상상과 닿아 있고 무의식 안에서 재편집되어 나를 이룰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내가 공명으로 체화하는 것.



어렴풋이 진정한 통합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진짜 Authentic-Self를 만나는 다양한 방식을 생각한다. 그 모든 의식이 끝나자 몸이 오솔오솔 떨리기 시작했고 오한이 찾아 들었다. 마치 몸살 앓기 전 전조처럼 미세하게 통증이 있는 그 상태로 시간이 지났다. 신기하게도 맘껏 떨어댄 다른 부위는 크게 변화가 없는데 가장 움직임이 적었던 팔 특히 상완 근육과 어깨를 중심으로 그 통증이 전해졌다. 끝까지 토해내지 않았던 아픔이 그곳에 숨어있을 지도 모르겠다. 마치 다음에는 내 차례라고 말하는 듯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나는 아무 저항없이 수용해보려 한다. 내 몸이 무엇을 가리키고 그 표식은 또 어떤 신호를 줄지......





덧 : 최면과 구별되는 것이 내가 나의 상태를 다 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올해부터 국가트라우마센터 번아웃된  재난 대응인력 대상으로 쓰이도록 선정되었다.


관련 자료 https://brunch.co.kr/@motivator00/232를 참고하면 더 분명해질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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