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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의 예술가 육코치 Jan 09. 2024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다니

중문 하나 해치우기쯤이야!


중문 하나 해치우고ᆢ

살다 살다 이런 짓도 해보네요.

늘 그러하듯 신호는 있습니다. 감지하고도 태무심, 방심한 내가 있을 뿐이지, 하루 아침에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일상의 신호를 그냥 지나치지 마셔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생각나는ᆢ


언제부터인지 중문이 팍팍하니 저절로 걸개가 잠겨버리곤 했지요. 그때마다 완력으로 손잡이를 돌려서 문을 여닫으며 '왜 이리 팍팍해?' 티불티불 불평만 더했어요.


제가 전화 통화하고 있는 새, 우리의 자매님 현실이가 '나 갈게' 눈짓,손짓하며 돌아가던 중이었지요. 그러나! 문이 잠겨버렸네? 우리의 현실 자매의 해결력 키가 또 건드려졌습니다.


바로 과도로 입을 꽉 다물어버린 홈 사이의 걸개를 깔짝깔짝 접근 시도를 합니다. 옴짝달싹 않는 아이를 처음엔 살살 달랬지요. 단박에 허락할 아이가 아닌 게지요.


허,이것 봐라. 오기 뻗친 현실이가 거실창을 통해 데크쪽으로 돌아나가 현관문으로 들어와서 중문 앞에 다시 섰습니다. 신발장에 있는 드라이버, 뻰치, 망치, 정원가위 등 장비를 동원합니다.


우리의 현실인 말이죠, 누가 봐도 우아한 프랑스풍의 미인이에요. 연장과 절대 연결할 수 없는 이미지의 여성이지요. 그런 그녀가 때로는 피아니시모로 때로는 크레센도로 때로는 디 크레센도로 해결력을 발휘하면 저절로 물개박수가 나온답니다.


중문을 사이에 두고 우린 문고리를 서로 부여잡고 통사정을 합니다. 제발,제발,제발~~~~~그렇잖아도 직업병으로 손아귀가 아프고 팔이 아픈 그녀인데, 아 오기지수 1,000을 찍으며 물러나지 않습니다.


문고리를 해체하려는 작업도 실패. 이 놈이 단단히 화가 났는지 아주 작정을 했습니다. 문고리 안 쇠  톱니바퀴가 으스르져있고 중간부분이 배가 불러 있는 걸 보자니 그동안 우왁스레 완력으로 열고 닫은 후유증을 앓았던 듯했습니다.


"윗집 반장님께 SOS 칠까?"

우리의 현실 들은 체도 않습니다. 뻰치로 이리 구부리고 저리 구부리며 파진 홈에 가로 걸린 걸개를 넣고자 애를 썼지만 여전히 꽉 낀 채로 요지부동.


결국 가로놓인 시건장치의 쇠부분들을 다 해체시켜 문고리 원으로 빼낼 밖에. 망치로 두드리고 부분적으로 잘라내고 낑낑거리길 한참. 결국 가로놓인 그 공간을 드러내어야 해서 문의 일부를 잘라냅니다.


열악한 장비로 수차례 파내고 시건장치의 갖은 부속을 또 풀고 뜯어냈죠, 이제 끝인가 했더니 이미 지칠대로 지친 녀석이 마지막 홈에 맞춰 들어와주질 않아서 정밀한 기술이 마지막으로 들어갔죠.


와우, 전 보는 것만으로도 열불 천불인데, 우리의 현실, 기어이 해냅니다. 마지막 딸깍이를 건네주며, "언니, 이 구멍나 보기싫은 건 내일 보완합시다. 나무를 대고 그냥 손잡이를 앞뒤로 달아 문만 여닫을 수 있게 합시다. 나, 갈게"


우와. 지지배 어쩜 저리 멋지냐? 쿨내 풍기며 떠나간 그녀의 뒷자락을 마냥 쳐다보다가 왼갖 목재, 나사, 쇳덩어리를 치웁니다. 우와, 진짜 저 집념, 어쩔? 어쩔! 그냥 내일 사람 부르자 소리가 목구멍에 몇번이나 오갔는데 차마 입밖에 내지 못했다는.


조경현장에서 수시로 터지는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고야마는 현실의 근성을 내 잘 알고 있었다만, 다시 감탄이 나옵니다. 늘 문제해결을 하고 살아서인지 대담하고 의연한 그녀. 웬만한 일은 눈도 꿈쩍 않는 삶의 이력이 새삼 존경스럽다는.


입 말고는 살아있는 게 없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추앙해마지 않을 능력이자 근성이지요. 정말 손 많이 가는 언니로 낙인 찍혀 있는데 또 더하기했다는. ㅋ, 근데 우짜지? 스피커가 또 말을 안 듣네? 어제 그녀와 함께일 때는 멀쩡했는데? 현실아, 플리즈~~~쟤는 또 왜 저런다니?


#진성존재코칭센터 #찐코치육현주 #KSC육현주코치 #인간관계전문가 #변혁성숙전문가 #라이프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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