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책쓰는 마음에 대해서
'나'라는 저자가 누구인지, 뭘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어찌나 고마운 일인가? 책 한 권을 수중에 들이는 일은 적어도 저자 한 사람에 대해 '적극적 경청'을 하겠다고 관심을 표명 엄청난 일이다. 특히나 생면부지의 사람들이라면......공감할 준비를 하고 기다려 준 사람일 수 있다, 책을 구매하는 순간, 그들은 나와의 데이팅을 염두에 두고 탐색을 시작하는 것이다. 경청하지 않는 시대에 긴 호흡의 내러티브를 듣겠다고 작정한 사람들이니 귀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요지를 전달하고 나자, 참여자들이 숙연해졌다. 그냥 가볍게 쓰고 싶었는데, 계약한 책을 마무리짓고 싶었을 뿐인데, 콘셉트로 이제 나의 구조를 만들고 싶었을 뿐인데, 브런치스토리를 풍성하게 해서 퍼스널 브랜딩을 좀 더 확실하게 하고 싶었을 뿐인데......자신들이 오로지 가시적인 성과만을 바라면서 어서 빨리 글을 잘 쓰고 싶었던 데 초점화를 하고 있었구나에 대한 통렬한 자성들이 일어났다. 글쓰는 얕은 의도가 드러나지 않길 바랐지만 저절로 깨쳐갔다.
"글쓰기는 결국 마인드 셋이군요."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던 한 참여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글 한편을 쓰는 과정에 술술 풀리는 날도 있겠지만 중간중간 만나는 장애물에 걸려 자판을 두드리던 손을 멈춘다. 그때마다 치러야 하는 심리전과 마주하는 패턴과 신념들을 직면해야 하고 감정을 돌보느라 더 나아가지 못하고 접어야 하는 상황들이 수없이 벌어진다. 엎어지려는 마음을 달래서 다시 쓰게 하는 힘. 마인드 셋이 필요할 밖에. 그래서도 확고하게 그려진 큰 그림이 있어야 한다. 저자 이전에 기획자의 눈과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기획자는 사전에 시장의 트렌드를 읽고, 시대가 요구하는 콘텐츠를 세상에 내놓으려는 사람들이다. 더 나아가면 결국 잘 팔리는 책을 내놓으려 한다. 내가 기획자라고 한다면 결코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만을 담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이되 세상 사람들이 함께 궁금해하고 읽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 면밀한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기획자는 메타뷰로 전체를 조망하듯 전체 상황을 예상하고 사전 계획을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콘텐츠가 과연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지 예상 독자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이런 사정을 반영한 듯, 출판사는 작가의 기획력과 마케팅력을 계약하는 기준쯤으로 여기고 있다. 연예인같은 저자가 아니고는 작가 스스로 자기 콘텐츠에 대한 기획을 할 수 있는 사람, 스스로 홍보맨이 되어서 홍보 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SNS에서 스타덤에 오른 사람일수록 환영받고, 소속된 커뮤니티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매력 포인트다. 기성작가들조차 판매지수에서 밀리면 다음 책을 계약하기 어려워진다. 브런치스토리를 대표로 하는 글쓰는 플랫폼이 꾸준히 사랑을 받는 이유이다.
나의 메시지가 공감을 일으킬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잘 써내서 완성했다고 해도 좋은 기획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도 결국 마케팅으로 이어져 실제적인 매출이 발생해야 한다. 출판시장이 워낙 얼어붙어 있어서 출판사에서는 더더욱 몸을 사린다. 이런 상황이고 보면 내 작품이 출판시장에서 살아님을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지 짐작 가능한 부분이다. 그래서 다시 글쓰는 마음에 대한 각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간절함이 있어서 글의 완성 뿐만 아니라 후속으로 진해될 판매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
이런 환경들을 이해하고 있어야, 그저 글쓰는 마음으로서만 아니라, 책을 쓰고 세상에 나를 브랜딩하는 과정에서 지치지 않는다. 기획자의 눈으로 냉정하게 전체를 조감하며 내 콘텐츠의 방향을 마이크로 조정을 통해 세상에 통하는 얘기로 살아있게 해야한다. 내가 써나가고 싶은 콘텐츠는 제 스스로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되기 위해서 글을 쓰고 책을 내는 마음은 어떠해야 할까? 독자의 공감을 얻기 위해 나는 어떻게 기획하고 어떤 전략을 써가야 할까? 숱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모자라지 않다. 기획자가 되라. 작가가 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