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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의 예술가 육코치 Jan 12. 2019

아듀,인천

스스로 못 살게 굴지 말기,심하게 다그치지 말기

툭툭 불거져 나온다. 숨어있던 그곳은 피라미드속이기라도 했던 듯,그날 그자리를 그대로 불러낸다. 내 아이는 이 곳이 고향이다. 군대를 가있는 동안 짐을 싸는 일이 차라리 다행이다. 아이는 떠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번에도 중요한 결정이었기에 자신의 의사는 하나도 반영될 수 없었다. 대안을 마련할 수 없는 아이는 권력을 쥔 게 아니니까.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 의견이 거세당하는 수치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되겠지?


케케한 내음이 온 세포를 덮은 그 아이의 앨범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헤헤헤 아이의 웃음이 말풍선을 달고 둥둥 떠오른다. 아이는 제 아빠의 품 안에서도 내 품 안에서도 같은 질량의 웃음을 달고 있다. 이런 시간이 있으리라 누구도 몰랐다. 암만해도 단연 오렌지색이었다. 출산 전,주구장창 오렌지만 먹어대서였던지 오렌지빛이 특히나 어울렸다. 해바라기마냥 햇살 받고 간지럽다 꺄르륵 거리던 녀석. 어라? 저 녀석이 멍하니 응시하던 그 곳엔 뭐가 있었을까?


흩뿌리던 푸르름. 땀방울마저 물들던 신록.


그저 그게 최선이었다.다시 돌아봐도. 

무던히도 애썼다. 안간 힘으로. 

참으로 인색했다. 내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이기심.


"사는 게 낯설지?또 힘들지?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야.나이가 든다고 해서 삶이 나를 가만 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못살게 굴거나 심하게 다그치는 일은 잘 하지 않게 돼."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산문집 63쪽


낯설다고 인정하고 힘들다고 항복하고,

그렇게 그렇게 나이로 물들일 테다. 하얀 머리칼을 쓱쓱 빗어 넘기며.

양지녘에 쪼그리고 앉아 졸고 또 졸리라. 게으른 고양이마냥 천천히.

흰 구름 띄워 전하리라, 게으른 통신.

자장가 삼아 다시 잠들리라, 철컥철컥 진동에.


24년 인천 정주기의 막을 내리며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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