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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의 예술가 육코치 Dec 31. 2018

공간 나누기,멋 더하기,마음 보태기

숨은 공간 꿈터 데크 만들기


덩그러니 하얀 건물만 들어찼다. 애초에 상의없이 이루어진 건축 진행이라 내 취향이나 바램이 반영되지 않았으니 나만의 물성을 만드는 것은 결국 내 몫이었다. 하얀 건물을 두고 혹자는 수도원이랬고 혹자는 곡물창고랬고 혹자는 펜션이랬다. 그게 최선이었다는 업자에게 더 이상 기대할 바는 없어서 내 식으로 리폼을 해야 했다. 옆집 현실이가 마침 조경대표여서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이리저리 상처 뿐인 나를 위로하느라 현실이가 갖은 궁리통을 열었다. 산을 깎아 부지를 조성한 타운이어서 축석 조성은 불가피했고 그로 인해 상당한 양의 땅이 제 구실을 못하게 된다. 그 땅과 집을 짓고 남은 평수를 활용할 방법을 찾았다. 


그저 사는 곳이 아니라 공유공간으로도 활용할 예정이어서 사람들이 동시에 함께 있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평소에도 사람과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복락을 으뜸으로 여기는 성정이라 늘 사람들이 들끓으리라는 예상을 안 할 수가 없다. 살롱문화의 밀도를 사랑하는지라 그런 터를 늘 꿈꿔왔는지 모른다. 인문학 콘서트도 열고프고 하우스 콘서트도 열고 싶었다. 또 마당에서 별 헤는 밤을 기획하고팠고 야외에서 영화 상영도 꿈 꾼 일이다. 하얀 벽이 지천으로 있으니 야외 영화 상영은 문제없이 이루어질 터,마당을 깔아줘야 했다.쓱쓱싹싹, 내 눈앞에서 도면이 그려지고 끊임없이 '꿈'을 그려나갔다.


현관 반대방향 기찻길 쪽으로 데크 공사가를 하기로 했다. 산을 깎아 만든 부지라 흙이 푹푹 빠져서 세찬 비라도 내릴라치면 여기저기 온통 골이 깊게 나 있었다. 쳐다보는 일로도 심란했다. 황량하기 이를 데 없던 흙마당을 다지기 위해서 널부러진 쓰레기들을 치워 나갔다. 한 여름 뙤약볕은 야속하게도 길기도 했다. 장비가 들어와 땅을 다지고 고르는 작업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어느 하나 거저 이루어지는 일이 없음을 다시 보았다. 그들은 진정으로 사람이 살 곳임을 직시하고 있어서 소홀함없이 다지고 또 다져주었다. 몸으로 일하는 이들에게 다시 존경심이 생겨나더라. 난관을 만나면 끝까지 붙어서서 해결하고야 마는 근성들. 


금속 팀이 들어와 축석 아래에서부터 지지대를 세우는데 단 두 분이서 차근차근 일을 풀어나가는 일이 신기했다. 60대와 40대 두 분이 호흡 맞춰 뚝딱뚝딱 윙윙 철을 자르고 재단을 하고......몇 날을 봐도 얼굴 한 번 찌푸리는 법 없고 즐기듯 일을 하더라. '형,형,이거 좀 잘라줘봐유~'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정말 정겹더라. 두 분 다 노래도 얼마나 잘 하는지 중간중간 신명나게 뽑아대는 가락에 절로 웃음이 났다. 때때마다 음료며 과일,간식을 챙겨드리면 '자꾸 잘 해주지 마셔유,버릇 돼요. 다 챙겨서 다녀요.'라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사람 사는 게 어디 그런가? 내 일을 해주는 분들에게 예의를 표해야 당연한 건데.


그들은 역시 달랐다. 자신이 하던 일을 시간 맞춰 하는 걸로 끝나지 않았다. 자신들이 퇴근 후에 우리가 겪을 불편함을 미리 예상하고 길을 내어 주거나 임시 발판등을 만들어 불편함을 덜어주려고 애썼다. 나는 이 애씀이 아주 중요한 태도임을 잘 안다. 그 애씀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으로 채워져 있다. 내가 지키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들에게 고맙다고 이렇게까지 마음을 써주시니 라고 인사하니 당연한 거 아니냔다. 그래 어쩌면 당연해야 하는 일들이 이리 감격스러워진 건 뭐일지? 그저 돈벌기에 급급해서 시늉만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살다보니 이젠 기본만을 충실히 해줘도 감지덕지인 시대가 되어 버렸던 거지.


외출을 다녀오면 다시 넓어져 있는 마룻장. 저 곳에 몽골식 게르를 설치할까? 그릴로 바베큐를 해서 좋은 친구들과 맛난 파티를 하기도 하고,깜깜한 밤에 로맨틱한 영화를 보고......우아한 와인 파티도 멋지겠지? 꿈꾸기가 끝이 없다. 콘크리트 도시의 소음 속에서 해방되어 맑은 물과 신선한 공기를 쐬게 된 이 일로 삶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대책없을 정도로 자유로워진 사유에 문득문득 놀란다. 그런 쉼터가 필요했던 거다. 쉼을 내 일상에 들이는 순간 삶 자체가 무지 멋져졌다.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한 이유, 무엇을 가까이 하느냐가 중요한 이유. 나는 무려 물 맑고 공기 좋은 양평에 살고 있는 거다. 더 이상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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