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그 역사적 특수성과 지리적 위치로 인해, 민족에 대한 공동체 의식이 특히 높은 국가에 속한다. 민족과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연 없는 타자도 같은 민족이라 하면 동질감을 가질 정도로 '민족'이란 개념은 대한민국에서 일상 속에 자리잡아있다. 이러한 경향은 사회적, 문화적 형태로도 나타난다. 한국과 관련된 것이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을 때 앞에 'K'를 붙여 표현하고, 한국인의 대단함을 주창하는 문화는 대부분 극찬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의 민족주의는 가장 원초적이고 천박한 형태의 전체주의임을 상기할 필요가 존재한다. 특히 근현대 이후 민족주의는 필연적으로 우생학의 방향으로 흘렀다는 점에서, 민족주의는 필연적으로 제거되어야 하는 대상임을 알 수 있다. 몇몇 학자들은 민족주의와 권위주의를 분리하여 권위주의 없는 민족주의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이러한 형태의 민족주의는 전체주의의 성격을 띄지 않는다고 주창하기도 한다. 그러나, 민족이란 개념 안에 개인들을-특징들과 요소를-포섭하는 민족주의는 필연적으로 전체주의로 이행되며, 이를 통해 우리는 민족주의는 권위주의의 다른 형태임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민족주의는 일제 식민지의 기억으로부터 출발하고, 식민지-6.25전쟁이라는 과거를 이겨내고 선진국으로 도약한 현재, 국가부도를 극복해낸 업적으로 민족의 위대함을 실증한다. 또한 급진 개화파, 해방 정국에서 친미-친소 세력들의 행태로 인해 식민 상태로 돌입한 점으로 인해, 사대주의에 대한 강력한 거부를 내포한다. 식민 상태에서 민족주의가 가지는 의미-민족이 다르다고 하등한 존재가 아니다-는 사실 민족주의가 아닌 생명주의와 인간적 윤리의 관점이며, 이것을 넓은 의미에 민족주의에 포괄할 경우 민족주의는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민족의 우월성과 민족의 동질성을 역설하는 민족주의는 생명주의와 인간주의에 주적이라는 지점에서, 이러한 범주는 필연적으로 모순을 가진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은 민족주의에 침탈당한 국가이지, 민족주의가 구원한 국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민족주의는 그 배경이 무엇이든 필연적인 반동성을 지닌다. 민족이라는 원초적 동일성에 권위주의와 전체주의를 숨긴 형태이며, 우월성을 기초로 하는 우생학일 뿐이다. 흔히 한국인들의 여러 업적을 거론하며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 하는 종자들이 종종 보인다. 맞다. 나는 '나'임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민족이란 허구적 동일성이 나에게 수치심을 안겨줄 권한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동시에 반성한다. 내가 누리는 밝은 전등이 베트남 인민들의 피이며, 나의 독서를 책임지는 책상은 동남아 노동자들의 피부이며, 천박하고 원시적인 형태의 전체주의 속에서 침묵하는 나의 기만성을, 나는 반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