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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크로드 Mar 05. 2024

적절한 순간에 '그것을' 바라보면

삼중 언어, 그리고 상징적 의미


In a good moment

"그리고 또, 내겐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어. 무엇보다도 아름답고 멋진 것은 자유롭게 공중을 날아다니는 예쁜 새라고 말야. 또 다른 때는 나비, 예컨대 날개 위에 빨간 눈이 그려진 하얀 나비만큼 기막힌 게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높은 하늘 위 구름 속에서 빛나는 저녁 햇살이 그렇게 생각되기도 해. 모든 것이 은은하게 빛나고, 그래서 모든 것이 너무나 행복하고 순결해 보이는 그런 순간의 햇살 말이야."

"And besides, there are other times when I think the most beautiful thing of all is a bird soaring free in the sky. And another time nothing seems so marvelous as a butterfly, a white one for instance with red dots on its wings, or the sun shining in the clouds at evening, when the whole world is aglow, yet the light doesn't dazzle us, and everything looks so happy and innocent."



"정말 그래, 크눌프. 적절한 순간에 바라보면 거의 모든 것이 아름다워."

"Right you are, Knulp. Everything is beautiful when you look at it in a good moment."



"그래, 하지만 난 또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해. 가장 아름다운 것이란 사람들로 하여금 즐거움뿐만 아니라 슬픔이나 두려움도 항상 함께 느끼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Yes. But there's more to it. The most beautiful things, I think, give us something else besides pleasure; they also leave us with a feeling of sadness or fear."



"왜 그렇지?"

"Why?"




크눌프 Knulp p.68 (By 헤르만 헤세)









1. More than words


헤세가 표현한 날개 위에 빨간 눈이 그려진 하얀 나비에도 꽂혔다. 순수함과 정열의 결합과 같은, 자유로움과 신비로움과 같은 생명.

상상만으로.

I Can Only Imagine!


헤세가 말하는 구름 속에서 빛나는 저녁 햇살에도 꽂혔다. 저녁 햇살은 시선을 오래 머물 수 있다. 충분히 부드럽다. 매일 색다른 연출을 해준다. 자연 속의 카메라 감독도 조명 감독도 오디오 감독도 모두 바빠진다. 하늘 위로는 새들이 파닥거리며 올랐다. 순간을 나타내는 액스트라가 되겠다는 것이다.


매력 차이를 중심으로, 노을 사진을 매치해 보았다. 그리하여 삼중 언어 관점의 감상을 시도해 보며 섬세한 헤세의 여정을 흉내라도 내보고 싶었다.



2. 헤세 문장의 매력과 번역 


헤르만 헤세의 작품 <크눌프>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내면세계,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은 통찰을 온화한 언어로 표현했다. 몰입도 급상승. 한 글자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점차적으로 밑줄을 긋기 시작하다가, 원어인 독어, 영어와 한국어 간의 미묘한 차이를 알고 싶어 졌다. 나는 먼저 독일어 원어를 영어, 한국어로 번역한 번역자가 어떠한 공감을 했을지 상상해 보았다.


빛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처럼, 번역은 단순히 언어를 바꾸는 것 그 이상의 작업이었으며 다른 매력을 비추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영어와 한국어 번역본이 주는 각각의 오묘함, 풍부함이 있었다. 사실 너무나 예쁜 문장을 영어와 한국어로 다 삼켜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헤세의 문장을 보니 뇌가 활성화되며 급기야 욕심까지 부리는 것이다. 나에게 이러한 미묘한 변화나 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 계기는 얼마 전에 성경의 두 구절에서 원어와 번역본의 미묘한 차이를 통해 의문점과 깨달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3. 노을과 크눌프, 그리고 나의 공감


헤세의 감미로운 언어와 상상력 넘치는 묘사는 나의 심금을 울리는 감정과 이미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크눌프가 좋아했던 구름 사이로 비추는 저녁 햇살은 새로운 시작의 상징 외에도 다양한 뜻이 있었다. 결말은 그가 추구하는 새로운 시작, 평화로운 삶의 이미지와 결국은 상통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말이다. 여하튼 나는 헤세가 원하는 그 순간, 그의 세계에 잠시 물들어보고 싶었다.


나는 지금껏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도 그의 꺾인 가지의 사상과는 약간의 거리를 두는 편이다. 그러나 그가 표현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정서, 시대적 감성의 연결까지, 헤세의 표현은 우아하며 깊이를 동시에 담고 있는 데다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까지 무한감동이니 자꾸 배우고 싶은 것이다.


헤세가 그린 이미지 연상과 감정의 고백은 색감으로도 표현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눌프는 구름 속에서 빛나는 저녁 햇살, 은은하게 빛나는 그 순간을 좋아했고, 나도 그러했다.



4. 번역의 가능성


번역자는 헤세와 크눌프와 어떤 공감을 했을까? 독일어 원어 본과 영어 번역본의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독일어에 문외한이라서 불가능하겠지만, 번역의 과정에서 생긴 독특한 차이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며 독어와 영어 번역에 관해 조금 더 알아보았다. 삼중 언어로 이 문장을 들여다보며 각각의 뉘앙스와 감성이 어떻게 다를지, 헤세의 표현이 어떻게 번역자의 해석과 통해 되었을지, 그 과정에서 어떠한 미묘한 변화나 다양성이 나타났을지 탐험해 보았다.



크눌프에서 <Abendsonne>이라는 단어가 여러 번 등장한다.


소설 속에서의 Abendsonne

이 단어는 저녁 햇살이나 노을을 뜻하지만, 단순히 자연 현상을 넘어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크눌프에게 Abendsonne는 삶의 끝, 변화,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독일어의 Abendsonne

Abendsonne는 독일어로 "Abend" (저녁)과 "Sonne" (태양)의 합성어이다. 단순히 "저녁에 비치는 태양"이라는 의미 외에, 다양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삶의 끝: 태양이 지는 것은 하루의 끝을 의미하며, Abendsonne는 인생의 끝을 상징하기도 한다.

-변화: 태양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화한다는 점, 그리고 저녁 햇살의 붉은색은 변화를 상징하는 색이라는 점에서 변화를 상징한다.

-새로운 시작: Abendsonne는 어둠이 오기 전 마지막 빛으로 새로운 시작을 상징한다.


영어 번역의 Sunset

Abendsonne는 영어로 "Sunset"으로 번역된다. "Sunset"도 저녁 햇살이나 노을을 의미하지만, Abendsonne만큼 다양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는 않다.


한국어 번역의 저녁햇살, 노을

Abendsonne의 상징적인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희망", "새로운 시작, " "삶의 끝", "변화", "새로운 계기를 상징함"과 같은 표현을 추가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행복하고 순결해 보이는 그 순간이,

바로 저녁이 되고

희망이 되고

시작이 되고

삶의 끝이 되고

변화가 되었다.


파닥거리며 하늘로 오르던 새들도, 구름 속에서 빛나는 저녁 햇살도, 크눌프도 나도 결합되었던

적절한 순간을 Footprint에 담으며..






In a good moment. 굿데이.

F o o t p r i n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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