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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크로드 Mar 07. 2024

불꽃, 글꽃, 음표꽃.

헤세의 꽃 그리고 나의 꽃이 팡팡 터진다.

If. 만약 불꽃놀이가 이토록 아름다운 경험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아마 어린 시절 나무 스탠딩 옷걸이 뒤에서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버티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내 팔을 잡아 끄는 엄마와 함께 옥상으로 올라가서 그 화려한 축제를 함께 즐겼을 것이다. 나는 당시에 5-6세였다. 나는 여전히 귀가 밝은 사람이며 이는 결국 음악을 전공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앞으로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되겠지만, 여하튼 나는 불꽃놀이 때문에 여러 차례 울었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그 터짐이 너무나 무서워서.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그 터짐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pixabay


불꽃과 음표꽃: 세련된 울림과 사라짐   


내가 생각하기에 감정과 예술을 아우르는 불꽃놀이와 음악은 공통점이 있다. 여러 가지 감정이 서로에게 연결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무섭기도 하고 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불꽃놀이 속에서의 아름다움은 음악의 세련된 울림과 그 사라짐과도 비슷한 것 같다. 순간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다가오는 두려움을 자아내는데, 이러한 감정의 상충이 오히려 그 순간을 더 감동적으로 만들어내는 것 같이 말이다.




크눌프


크눌프의 한국어와 영어 번역본은 명확하게 두 인물의 감정을 표현해 주고 있다. 불꽃놀이에 대한 크눌프와 그의 친구의 감정은 다르면서도 서로 공감하는 듯한 미묘한 교감이 느껴지며 아름다움의 지속성과 일시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을 담고 있는데 여전히 탐나는 문장이다. 크눌프가 표현한 조명탄이 어둠을 가르며 파란색과 녹색이 곡선을 그리다가 사라지는 그 불꽃이 터지는 순간이, 피아노 소리가 울리고 페달이 서서히 놓인 후에 사라져 가는 화음이 주는 감정의 흐름과 변화 같으며 부드럽고 매혹적인 형형색색의 불꽃, 피아노의 현란한 멜로디 후에 오는 적막감 같은 것이다.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불꽃이 터지고 멜로티가 터지고 책 속의 글자가 터지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




캐논과 아이폰


오늘 나의 사진에는 불꽃과 글꽃이 담겨있다. 사진은 미국과 한국, 캐논과 아이폰이라는 다양한 시공간과 도구에서 탄생한 모습을 담고 있는데, 무엇보다 크눌프의 등장은 흥미진진하다. 캐논 사진은 미국 독립기념일에 촬영한 불꽃을 선명하게 표현하며, 아이폰 사진은 오늘날 헤세의 책 속 글자꽃의 섬세함을 드러낸다. 눈부시게 비추는 햇살과 색의 연필까지 함께 말이다.





Don't you feel the same way?


그래서 난 밤에 어디선가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것을 제일 좋아해. 파란색과 녹색의 조명탄들이 어둠 속으로 높이 올라가서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작은 곡선을 그리며 사라져 버리지. 그래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즐거움을 느끼는 동시에, 그것이 금세 다시 사라져 버릴 거라는 두려움도 느끼게 돼. 이 두 감정은 서로에게 연결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오래 지속되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지. 그렇지 않아?



"To me there's nothing more beautiful than fireworks in the night. There are blue and green fireballs, they rise up in the darkness, and at the height of their beauty they double back and they're gone. When you watch them, you'r happy but at the same time afraid, because in a moment it will all be over. The happiness and the fear go together, and it's much more beautiful than if it lasted longer. Don't you feel the same way?"



그래, 맞아. 하지만 그게 모든 경우에 다 해당되는 것은 아냐.

"Yes, I think I do. But that's not true of everything."



왜 아니라는 거야?

"Why not?"



이 두 감정은 서로에게 연결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오래 지속되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지.

그렇지 않아?



크눌프 Knulp p.69 (by 헤르만 헤세)




Only love can bridge




그는 침묵했다. 나는 그의 이야기에 대해 아무 할 말이 없었다. 모든 종류의 인간관계 속에 숨어 있는 고통을 난 아직 실제로 겪어본 일이 없었다. 또한 두 사람이 여전히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해도 그 사이에는 언제나 깊은 심연이 입을 벌리고 있으며, 그 심연은 오직 사랑으로만 간신히 건너갈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을 그때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었다.

He fell silent and I could think of nothing to say. I still had no experience of the sorrow that is part and parcel of every human relationship, nor had I learned that no matter how close two human beings may be, there is always a gulf between them which only love can bridge, and that only from hour to hour.




나는 조금 전에 친구가 했던 이야기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건 불꽃놀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왜냐하면 나도 이미 여러 번 그와 똑같은 느낌을 가졌었기 때문이었다.

I pondered my friend's words; I liked best what he had said about the fireballs, because I myself had often had the same feeling.




부드럽고 매혹적인 형형색색의 불꽃이 어둠 속으로 높이 솟아올랐다가 금세 그 속에 잠겨 사라져 버리는 모습은, 마치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안타깝게 그리고 더 빠르게 사그라져 버려야만 하는 모든 인간적 쾌락을 상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의 이런 생각을 크눌프에게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는 내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래 그래"


The quiet spell of the colored flame, rising into the darkness and all too soon drowning in it, struck me as a symbol of all human pleasure, for the more beautiful it is, the less it satisfies us and the more quickly it is spent. I told Knulp what I had been thinking. But he wouldn't go into it. He only said


"Yes...Yes."



그렇게 대답할 뿐이었다. 그러고 나서 한참이 지난 후 감정을 억누른 듯한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And then, after a long while, in a muffled voice.


크눌프 Knulp p.70 (by 헤르만 헤세)










그리고 한참이 지난 후 이 문장을 다시 읽어 내려갔다. 밀접한 관계의 두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사이에는 언제나 깊은 심연이 입을 벌리고 있다고. 그 심연은 오직 사랑으로만 간신히 건너갈 수 있다고.


Only Love Can Bridge US.


Do you feel the same way?




가족, 동역자, 제자들, 그리고 헤세가 만들어낸 크눌프까지..  모두를 생각하며.. 오늘의 스토리를 마친다.





Same Feeling Day. Good Day.

F o o t p r i n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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