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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크로드 Aug 07. 2024

소나타가 끝나기를

유리알 유희 그리고 사진











어느 문을 두드려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데


놀랍게도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귀를 기울였다.


퍼셀의 소나타였다.




아무 욕심도 기교도 없이


정확한 박자로 치는


말쑥한 연주였다.




맑고도 진심에 찬 청랑한 음악이


감미로운 3도 화음을 이루며


친밀하고도 다정하게 울려 나왔다.


.


.


그는 깊이 향유하고


귀 기울여 들으면서


소나타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헤르만 헤세> 유리알 유희 中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이,

그리고 온 세상이 이 몇 분 동안에

음악의 정신에 이끌려

질서가 잡히고 해명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연주가 끝났을 때

소년은

그 숭배자요

마법사, 제왕이 반쯤 눈을 감고

얼굴은 내면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은은한 빛에 싸인 채


한동안 건반 위로 몸을 가볍게 기울이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이 순간의 엄청난 희열 앞에

환성을 올려야 할지

아니면 그것이 지나가 버린 것에

울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노인이 피아노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나 맑고 푸른 눈으로

꿰뚫어 보듯이,

그러나 무어라 말할 수 없이

정답게 소년을 바라보며

말했다.



음악을 연주하는 것만큼


두 사람을 가깝게 하는 게 없지.


참 아름다운 일이야.




<헤르만 헤세> 유리알 유희












조그만 피아노 위에는


아직 두 개의 촛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헤르만 헤세> 유리알 유희 中




맑은 음악이 있는 데이. 굿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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