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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크로드 Oct 18. 2024

비에이에서 비에 젖은 수채화

아직은 휴게소의 라멘향이 남아있을 때


비에이에서 비에 젖다.























비에이에서 비에 젖은 수채화를.



아직은 입안에 일본 라멘 향이 남아있을 때였다.



비에이강에 위치한 흰 수염 폭포.


삿포로에서 아침에 출발하며 고속도로 휴게소의 라면을 먹은 뒤, 비에이에 도착했다. 비에이의 느낌이 가득한 시골길, 기찻길을 지나며 언제 다시 쏟아질지 모르는 소나기 덕에, 창밖에 우두두두 소리만 나도 움찔했더랬다. 하늘의 물과 땅의 물이 만나는 순간이 꼭 나쁘지만은 않았지만 말이다. 여하튼 마비된 것처럼 조용했던 순간을 지나 강 위에 다리로 걸어가니, 마구 쏟아지는 폭포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는 관광객들의 환호성까지. 계속해서 이어졌다.




어떤 방법으로도 마르지 않을 것 같은 신비로운 물. 너무도 빠르게 흐르며 지나가는구나. 대체 왜 짝꿍과 나는 이 물의 흐름을 오래도록 지켜봐야 했던 것일까. 우리의 휴대폰은 두 손에서 힘차게 붙들리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볼 때마다 더 우렁차게 물이 흐르는 듯했다.




하얀색과 푸르른 색의 가을이었다. 이것이 정말 흰 수염? 계곡 절벽 바위 틈새에서 가늘게, 그리고 거침없이 흘러내리는 폭포의 물줄기, 그런 모습이 마치 흰 수염을 닮았다고 해서 흰 수염 폭포 (시라히게노타키) 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내 눈에는 차라리 천사의 날개 같았다.




평화로 충만한 이곳.




물로 충만한 이곳.




탄력 있는 무언가.




그리고 내 손의 움직임으로 도화지 위에 부드럽게 붓질하는 기분.




우리들의 머리 위로 처음 느껴진 몇 방울의 물방울이 다가오고, 이내 비가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더 보고 싶은 마음에 우리는 발걸음을 서두르지 않고,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닦고 또 닦았다.  




시원한 방울이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시원함.




거대함.  




생명의 폭포.




그리고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색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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