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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세계의 과잉보호와 가상 세계의 과소보호

<불안세대>

by mhni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은 조너선 하이트라는 작가가 쓴 <불안 세대>라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니 2023년에 큰 화제를 몰고 온 <도둑맞은 집중력>이 생각났다. 그 책도 우리가 집중하지 못하게 된 원인을 스마트폰에 돌리고 있는데, <불안 세대>는 그것을 뛰어넘어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이 왜 우울과 불안 증세가 많아졌는지 그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여러가지 통계를 보았을 때 젊은 세대가 삶의 의욕을 잃고 우울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한 것이 스마트폰이 등장해서 보급되기 시작한 2010년대와 일치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2010년대 초반에 일어난 변화 때문에 젊은 세대의 정신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조너선 하이트는 어린 자녀들에게 스마트폰을 넘겨주는 것을 흡사 화성에 보내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고 있다. 화성은 아직 개척이 이루어지지 않고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모르는 곳이다.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가상의 세계가 청소년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파악이 안 되었는데 부모들은 아무런 경계심 없이 스마트폰을 준다는 이야기다. 작가는 그것이 자녀를 화성으로 보내는 것처럼 위험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어린이를 비롯하여 청소년들은 자유놀이를 하면서 사회성을 배우고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나게 되는데, 요즘에는 부모들이 과잉보호로 현실세계에서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애지중지하면서도, 정작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는 온라인 세상에서는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놔둔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그것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현실 세계의 과잉보호와 가상 세계의 과소보호’라고 표현하고 있다.


친구들과 대면으로 상호 작용하고 자유롭게 놀면서 모험심과 자립심을 키워야 하는데 스마트폰 사용으로 시간을 소비하기 때문에 이런 중요한 체험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놀이를 통해 생겨난 자신감은 불안을 이겨내는 백신과도 같은데 이런 것이 박탈된 것이다. 아마도 이런 상태가 더 가중된 것은 우리가 코로나 시절을 겪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때는 서로 만나기가 어려워서 집 안에서 온라인으로 일상을 해결하던 시기였으니까. 저자는 인류가 스마트폰을 열심히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놀이기반 아동기가 스마트폰 아동기로 뒤바뀌는 ‘아동기 대재편’이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불안세대.jpg <이미지 출처 : YES24>

가만히 생각해보면 요즘 부모들이 자녀들을 아끼는 것은 예전보다 더 강해진 것 같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위험한 상황에 빠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데, 거기에는 우리 사회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요즘 일어나는 사건을 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긴 하다. 외부 활동을 제한하는 대신 어느 정도는 자녀들이 신기술을 익히는데 뒤쳐지면 안 된다는 심정으로 여러 전자기기들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놔두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저자는 그것이 오히려 연약한 친구들을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내가 책을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저자가 이론적인 문제 제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안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최대한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접하는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러기 위해 정부, 학교, 부모, IT회사가 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서 책 후반부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아울러, 자녀의 나이대에 따라 해야 하는 조치는 무엇인지도 열거하고 있다. 그런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서 나는 온라인 세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저자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과연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저자의 이야기대로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해서 행동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놀고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것은 한 가정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저자는 뜻이 맞는 가족들이 서로 연합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혼자가 아니라 여러 가정이 함께 아이들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사실 부모가 자녀를 과잉보호하게 된 계기에는 나도 모르게 내 자녀만 잘되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모들은 이런 이기주의에 역행하는 공동체 정신을 통해 자녀가 더 자유롭게 바깥세상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소셜 미디어 사용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십대는 우울증과 불안, 그 밖의 정신 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더 높은 반면, 젊은이 집단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예컨대 팀 스포츠를 하거나 종교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활동을 하면서) 십대는 정신 건강 상태가 더 양호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교회 공동체에서의 활동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교회에서 만난 부모님들 먼저 연대해보면 어떨까?


학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저자는 학교 시작할 때 스마트폰을 걷어서 보관하고 있다가 학교가 끝나면 다시 돌려주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나마 학교에 있는 시간만큼은 스마트폰을 보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학교가 이렇게 부모와 함께 연대하여 자녀의 디지털 기기 접근에 대해 같은 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다른 나라에서는 실제로 이렇게 스마트폰을 학교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정책을 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필자가 읽은 행복에 관한 책(<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에 보면, 진짜 행복은 집에서 온라인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바깥 세상에 나가서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누군가는 집에 혼자 있는 것이 더 편하다고 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자. 온라인에서 보내는 몇 시간이 정말 자신에게 힘과 위로와 평안을 주고 있는지. 저자는 특히 여자 청소년의 정신 건강이 나빠졌는데 그 이유가 온라인 상에서의 정서적인 폭력, 셀럽과의 비교에서 오는 열등감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한 단점이 있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접속을 끊을 수 없다면 중독이 아닐까... 과도한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현실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저자의 말대로 하루 정도(주일)는 디지털 기술사용을 줄이거나 아예 차단하고 대신에 함께 즐길 수 있는 대면 활동을 늘리는 방식을 해보면 어떨까?


<불안 세대>는 부모님이 먼저 읽어야 하지만, 자녀들도 함께 읽고 디지털 기기가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구가 된 현실에서 어떻게 기기를 지혜롭게 사용하고, 정신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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