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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상처와 약점을 극복하는 힘

<케이팝 데몬 헌터스>

by mhni

오늘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지난 6월에 공개된 이후로 많은 인기를 끈 작품이라 이미 시청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줄여서 <케데헌>)은 K-팝에 퇴마 액션을 가미한 작품이다. 3명의 현역 여자 아이돌이 각기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악귀들을 퇴치하기 위해 싸운다는 설정이 신선했다. 무엇보다 영화에는 ‘혼문’(魂門)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이것은 악귀들을 인간세계로부터 차단하고 봉인하는 장벽을 의미한다. 먼 과거에 퇴마사인 세 명의 여성에 의해 만들어졌고, 이후 세대를 이어가며 노래와 음악을 통해 유지되어 온 장벽인 것이다. 먼 과거 춤과 음악으로 악귀를 물리치던 ‘무당’의 역할을 현대에 와서는 ‘걸그룹’이 물려받으면서, 선택 받은 이들이 인간들을 지킨다는 설정이 무척 신선했다. 이건 어떻게 보면 시대를 막론하고 ‘아이돌’이 왜 ‘우상’이자 ‘영웅’으로 대접받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아이돌 그룹 ‘헌트릭스’는 현 시대의 ‘무당’으로 혼문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들이 ‘사자 보이즈’라는 악귀 보이그룹으로부터 혼문을 지키고 악귀를 물리친다는 내용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다.


영화에 한국적인 요소들이 많이 나오는 게 신기했고, 또 무엇보다 K-팝을 그대로 애니메이션에 옮겨온 것처럼 칼 군무와 멋진 OST가 나오는 잘 만든 오락물임에는 분명하다. 필자는 스토리보다는 이런 외적인 요소들이 <케데헌>의 흥행 요소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common2.jpg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는 아이돌 그룹인 ‘헌트릭스’의 리더 ‘루미’와 ‘사자 보이즈’의 리더 ‘진우’를 중심으로 전개가 된다. 이 둘은 모두 공교롭게도 악귀와 관련이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사람들의 영혼을 빼앗으려고 하는 빌런인 ‘진우’는 400년 전 혼자 살아남기 위해 가족을 버린 경험이 있다. 그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하던 진우는 극 중 마귀들의 왕으로 등장하는 ‘귀마’에게 사람들의 영혼을 귀마에게 바치는 조건으로 자신의 아픈 과거를 잊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여주인공 ‘루미’는 자세한 이야기는 안 나오지만 태생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가 아마도 악귀 쪽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추측이 되는데, 어쨌든 ‘루미’는 어렸을 때부터 악귀들의 문양이 몸에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같은 그룹 멤버들에게도 자신에게 문양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혼문이 완성되면 자신의 문양이 사라질 것이라는 믿음 하에 더 열심히 마귀 사냥을 한다. 결국 두 주인공은 결국 과거의 상처와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결점을 보유한 캐릭터들인 것이다.


짧은 시간 내에 해피엔딩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비약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두 주인공은 과거를 극복하고 귀마를 무찌르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내가 아까 스토리보다는 비주얼과 음악 때문에 작품이 흥행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다. ‘루미’가 자신의 정체를 들키고 무너진 상태에서 다시금 각성하고 헌터로 부활하는 장면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조금 어리둥절했기 때문이다.


과거 자신의 잘못 또는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 약점이 종종 우리의 발목을 잡고 늘어질 때가 있다. 우리의 대적 마귀가 그런 부분을 특히 잘 공격해서 우리를 낙담하게 만든다. 우리가 아픈 과거와 결별하고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약점을 내보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예수님을 믿는 순간 그 분의 능력으로 우리는 새로운 피조물이 되고, 그 분의 사랑 안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한 고린도후서의 말씀이 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린도후서 5:17). ‘그가 우리를 흑암의 권세에서 건져내사 그의 사랑의 아들의 나라로 옮기셨으니’(골로새서 1:13).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루미’의 몸을 보면 과거의 문양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희미하게 남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문양은 희미해져서 이젠 타투처럼 하나의 장식으로 보일 정도이다. 그것이 바로 상처를 극복한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 아닐까? 그런데 그러한 변화를 인간의 힘으로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영화는 말하는 것 같아서 필자는 못내 아쉽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케데헌>의 세계관은 특수하게 선택받은 이들이 춤과 음악을 통해 인간을 보호하고 영적인 장벽을 지킨다는 세계관이다. 무당이 하던 역할을 이제 아이돌들이 하고 있다는 설정인 것이다. 대중음악이 중독성이 있고 사람들의 영혼을 사로잡는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는 설득력이 있는 설정이라고 본다. 하지만 멋진 안무와 노래에 빠져서 은연중에 그런 세계관을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여러 번 이야기하지만 멋지고 재미있는 대중문화의 이면에는 어떤 사상이 들어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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