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소문>
2020년 11월 말에 OCN에서 방영을 시작해서 21년 1월 24일에 종영한 16부작 <경이로운 소문>은 웹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이다. 웹툰이 상상력을 무한대로 펼칠 수 있는 콘텐츠이다 보니 이 <경이로운 소문>도 꽤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은 사후세계를 인정하고 있다. ‘융’이라고 불리는 사후세계는 그러나 일반적인 관념 속의 사후세계와 달리 우리가 사는 지구와 비슷하다. 여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융인’이라고 부르는데, 융인들도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나뉜다. 이들 중 악한 이들은 인간이 사는 세상으로 내려와 사람 몸속에 살면서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이들과 맞서서 싸우는 융인들도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융인을 받아들인 육체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초능력으로 악인들을 처단하고 그들을 다시 융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맡은 이들을 작품에서는 ‘카운터’라고 부른다.
이것이 <경이로운 소문>이 가진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이다. ‘소문’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카운터가 되어, 국숫집을 운영하는 다른 카운터들과 동료가 되어 악인들을 처치하는 동시에 자신에게 숨겨진 비밀도 밝혀내는 이야기가 웹툰과 드라마에서 펼쳐졌다.
원래 주인공 소문은 어렸을 때 겪은 자동차 사고로 부모를 잃고 조부모 밑에서 살아가는 청소년이다. 그도 다리를 다쳐서 지팡이를 짚고 학교생활을 해야하는 처지이다. 그런 그에게 우연히 융인이 들어오게 되자. 다친 다리도 낫고 엄청난 육체적 능력도 생긴다. 그는 카운터 역할을 하는 동시에 학교에서 활동하는 일진들도 쳐부수는 활약을 펼친다.
<경이로운 소문>의 설정은 사실 고전 SF영화 <히든>을 떠올리게 한다. 1988년 작품인 <히든>은 외계인 악당이 인간의 몸으로 들어오고, 또 선한 외계인이 경찰의 몸으로 들어와 결투를 벌인다는 설정이다. 융이라는 사후세계도 죽은 사람이 오가는 하나의 외계 행성처럼 그려지고 있다.
이러한 설정은 어찌되었든 간에 귀신들림, 즉 ‘빙의’의 또다른 형태이다. 귀신들림 현상이 신약성경에 보면 종종 등장하는데 그들도 괴력을 가지고 있다고 묘사된다. 그리고 예수를 만나 돼지 떼에게로 들어가게 해 달라 간구하고 또 그 후에 물에 뛰어드는 등의 장면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성경에서는 귀신들림이 선하게 표현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귀신 들린 자는 자신의 몸을 해하는 등 고통스러운 현상이었기 때문에 예수님은 사람을 괴롭게 하는 귀신에게 야단을 치며 그들을 쫓아냈다. <경이로운 소문>이 귀신들림에 대해서 일반인들과는 다른 능력(괴력)을 갖게 되는 것은 동일하게 묘사하나, 선한 귀신과 악한 귀신이 들어간 세력 간의 다툼을 다룬다는 점은 성경과 다른 점이다.
아울러, 처음에는 소문이 몸이 불구인 상태였지만 빙의가 된 후에는 놀라운 신체 능력을 갖게된다. 소문이 학교폭력에 당하는 친구들을 하나씩 구해내며 점차로 더 강력한 일진들을 제압해 나가는 장면은 일반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만 우리 안의 사회문제를 힘으로, 그것도 귀신의 힘으로 해결하는 모습이기 때문에 바람직하다고 볼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토일 드라마로 12회 때 시청률 10%를 넘기며 OCN 최초로 두 자리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인기를 누렸다. 비대면 시대에 사람들이 집에서 콘텐츠를 즐기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넷플릭스 등의 플랫폼은 자신만이 제공하는 킬러콘텐츠를 제작하여 구독자를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콘텐츠가 자신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하나의 창구가 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자신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데, 여기에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웹소설과 웹툰이다. 이 원작 웹툰이 얼마나 인기가 있느냐에 따라 콘텐츠의 시청률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플랫폼들은 인기 있는 원작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웹툰도 오로지 재미를 위해서 그 내용과 소재가 점점 더 자극적이 되는 현실이다.
하나의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로 콘텐츠화 되는 과정 가운데는 이렇게 시청률을 위한 치밀한 계획들이 들어가고 있다. 재미를 위해 영적인 세계가 왜곡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우리는 알고 콘텐츠를 소비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