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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탐정들2

<용의자 X의 헌신>

by mhni

필자가 출석하는 교회에서는 매년 연례행사가 있으니 바로 7,8월에 진행되는 성경읽기 대회이다. 매년 성경을 읽다보면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여럿 발견된다. 이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목사님에게 질문해야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들은 이런 부분을 어떻게든 이해하기 위해서 과학적인 설명을 붙이려고 노력한다. 기독교인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기독교가 보편타당한 진리임을 증명하고 싶어하고, 비기독교인들은 그런 설명을 통해 기독교의 기적이 허황되고 자연발생적이라는 점을 증명하려 한다.


기독교적 이적에 과학적 설명을 덧댄 경우는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골리앗이 사실은 거인병에 걸려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물리치기 수월했다는 주장(거인병에 걸리면 움직임이 무척 둔해진다고 한다), 홍해의 기적이 그 전 날 지구로 운석이 낙하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요건 리들리 스콧의 영화 ‘엑소더스 : 신들과 왕들’에 나온다), 에스겔서 1장에 나오는 기묘한 물체가 바로 UFO 내지는 미래에서 온 비행기라는 주장(어찌보면 캐노피, 바퀴, 분사구의 설명인 것 같은 부분이 나오긴 한다) 등등등... 이외에도 거론하자면 많다.


이렇게 설명이 되어야지 비로소 믿을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이가 여기 또 하나 있는데,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탄생시킨 탐정 ‘유가와 마나부’다. 제도대학 물리학과 부교수인 그는 ‘괴짜 갈릴레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그가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는 ‘모든 현상에는 이유가 있다’이다.

그는 오컬트 현상으로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 괴이한 사건들을 과학적 논리로 해결하는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 일본 드라마 <탐정 갈릴레오> 1화에선 머리에 불이 붙어서 사망하는 폭주족이 나오는데, 유가와는 인체자연발화가 아닌 공학용 레이저에 의한 살인임을 밝혀낸다. 하여간 귀신이나 할 법한 요상한 사건들을 과학의 힘으로 풀어내는 탐정이다. 그러한 그이기에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것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의 첫 장면은 먼 바다에 떠 있는 선박의 폭파사건을 실제로 학교에서 시뮬레이션하는 장면이다. 그는 배가 사고로 폭발한 것이 아니라, 초전도 가속기를 활용해 고의로 범행이 이루어졌음을 증명한다. 그는 전적으로 과학으로 증명되는 것에만 흥미를 가지며, 그렇게 증명이 불가능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고 우쭐해하고 있는 그에게 형사 우츠미는 '과학으로 증명 안 되는 일은 전혀 이해를 못한다'고 쏘아붙이고, 과학으로 증명이 안 되는 게 어디있냐는 유가와의 질문에 '예를 들면... 사랑'이라고 답한다. 유가와는 '사랑'이야말로 비논리의 정점이라고 답하며, 사랑은 수학공식처럼 증명할 수 없는 것이기에 결국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런 유가와가 철저히 무너지는 일이 발생하는데, 그것은 바로 그의 친구인 수학자 이시가미가 연루된 사건 때문이다. 이시가미는 평소에 연모해 오던 여인 하나오카가 저지른 살인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데, 유가와가 이 트릭을 풀어낸다는 내용이 <용의자 X의 헌신>의 주된 내용이다.


이시가미는 천재 유가와가 언젠가는 자신의 트릭을 밝혀낼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에게 ‘이 문제를 풀더라도 아무도 행복해지는 사람은 없어’라고 말한다. 유가와는 이시가미처럼 천재적 두뇌가 이런 범행에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애통해한다.

그리고 그러한 이시가미의 희생이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에 정말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는다(이 사건 이후로 유가와는 조금씩 인간적인 면모를 갖추고, 범죄 이면에 존재할지 모르는 인간의 감정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시작한다). 유가와의 관점에서는 뛰어난 두뇌의 이시가미가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시가미의 그런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그가 바로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사랑'을 했다는 이다.


사실 성경도 그러하다. 세상에는 성경에 나오는 사건들이 과학적으로 이해가 안되서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사람도 존재한다. 그러나 성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약과 신약이 어떤 이유로 인해 쓰여졌는지를 먼지 이해해야 하고, 그것이 결국 한 사람을 구원하기 위한 하나님의 ‘사랑’ 이야기임을 깨달아야 한다. 천지를 창조한 전능한 하나님이 나를 구원하기 위해서 인간의 몸으로 오셔서 십자가에서 달려 죽으신 그 '사랑'과 그 '사랑' 안에서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 바로 성경이다.

지금은 비록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그것이 나를 사랑하시는 분의 메시지라고 받아들이고 읽어 나간다면 그 안에서 놀라운 감동과 은혜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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