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막이 내릴 때>
재미있는 소설을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방법이 있을까?
본인은 책을 읽다가 지나친 정류장의 갯 수를 세는 것도 제법 타당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소설책을 읽다가 내려야 할 정류장에서 두 정거장 정도 지나친다면 심각하게 재밌는 책이다. 그럼 그런 소설을 쓰는 작가는 누가 있을까?
몇 명의 이름이 떠오르지만 이번에 다룰 작가는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써서 한국에서도 팬이 많은 그는, SF, 판타지, 스릴러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선보이는데 특히 추리소설 분야에 조예가 깊다.
코난 도일에게는 ‘셜록 홈즈’가 있고, 아가사 크리스티에게는 ‘에르큘 포아로’가 있듯이, 히가시노 게이고에게도 걸출한 탐정이 둘 있는데, 바로 ‘유가와 마나부’와 ‘가가 교이치로’이다.
먼저 ‘괴짜 갈릴레오’라 불리우는 ‘유가와 마나부’는 물리학과 교수로 사건의 ‘어떻게’에 집중한다. 주로 사람들이 초자연 현상, 심령현상으로 생각하고 두려워하는 미스테리를 과학적으로 해결한다. 그가 해결하는 사건이란 것이 이를 테면 머리에 갑자기 불이 붙어 사망하는 인체발화같은 사건이다. 그는 전형적인 과학자로 실험으로 증명되지 않는 ‘사랑’같은 것을 철저히 무시한다(그러나 결국 그도 변화되는데... 그 계기가 되는 ‘용의자 X의 헌신’은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한다). 과학적 트릭에 흥미가 있는 분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또 한 명의 탐정인 ‘가가 교이치로’는 도쿄 니혼바시를 무대로 활동하는 형사로, 그는 사건의 ‘왜’에 집중한다. 사건이 발생한 배후에 어떤 감춰진 사연이 있는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밝혀내는 것이 그의 특기이다.
가가 형사가 등장하는 대표작으로 오늘 소개하는 작품은 영화 ‘기도의 막이 내릴 때’이다. 영화를 스포일러할 수 없어 구체적인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이 영화는 기구한 운명을 맞이한 부녀(父女)의 이야기다. 고백하자면 본인은 그 부녀의 이야기에 그만 줄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자신들에게 닥친 운명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아버지는 딸을 위해 놀라운 희생을 하는데 이 부분이 바로 ‘펑’하고 눈물샘이 터지는 포인트다.
'너는 계속 행복해야 한다. 나는 이 세상에서 지워져도 상관없어.'
이러한 마음으로 자녀를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부모다. 그리고 결국 해내는 것도 부모다. 부모의 헌신적 사랑이 머리로는 이해가 불가능한 희생을 하게되고 여기서 감동적인 드라마가 펼쳐지는 것이다. 물론 극중 부녀의 행동이 윤리적으로 옳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범죄자는 심판을 받아야 하고 결국 영화의 결말도 그렇게 된다. 다만, 나는 ‘사랑’과 그에 수반되는 ‘희생’의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자녀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보고도 우리는 가슴이 아픈데, 자녀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희생시킨 하나님의 사랑은 얼마나 강력한 것일까?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우리 모든 사람을 위하여 내주신 이가 어찌 그 아들과 함께 모든 것을 주시지 아니하겠느냐(롬 8:32)’.
자녀를 내줬다는 것은 결국 세상 모든 것을 줬다는 이야기다. 하나님이 나에게 그렇게 하신 이유도 한 가지밖에 없다. 하나님이 사랑하시기 때문에. 죄에서 구원하고 영생을 선물로 주기를 자기 자녀보다 더 원하시기 때문에.
자기를 희생하는 사랑의 힘, 그리고 더 나아가 자기 자녀를 희생하는 놀라운 하나님의 사랑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수 있는 영화로 ‘기도의 막이 내릴 때’를 추천한다(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