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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hni Aug 14. 2023

다시 깨어난 프랜차이즈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스타워즈’라는 이름의 작품이 탄생한 게 1977년이니 벌써 50여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워즈는 OTT를 통해 계속 새로운 에피소드가 개봉할 정도로 그 인기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하나의 문화현상이기도 한 스타워즈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먼저, ‘스타워즈’에 대한 상식 몇 가지를 짚고 넘어가자(스타워즈 팬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겠으나...). 스타워즈는 SF인가 아닌가? 엄밀하게 따지면 스타워즈 시리즈는 정통 SF라기 보다는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에 속한다. 이를테면 ‘반지의 제왕’과 같은 판타지이며, 단순 우주 모험 활극이라는 이야기다. 그에 대한 반증은 영화 맨 처음에 나오는 자막에서도 알 수 있는데, 바로 모든 시리즈의 가장 첫 화면에 나오는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오래 전 옛날 멀고 먼 은하계에서)...’이다. 


 또 시리즈의 순서는 개봉순서가 아니다. 4,5,6편이 먼저 개봉하고, 4편의 이전 이야기를 다루는 1,2,3편이 그 다음으로 개봉했다. 1~3편을 나중에 만든 이유를 감독 조지 루카스는 디지털 기술의 역부족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4~6편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그 앞 전 이야기(프리퀄)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


 어쨌든, 시리즈 1~3은 어린 소년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촉망받는 제다이 기사였다가 어둠의 힘에 이끌려 다스 베이더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고, 4~6편은 그의 아들인 루크 스카이워커가 제다이로 성장하여 악의 세력을 물리치고 은하계에 자유를 가져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루크는 은하계에 평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어둠의 세력에 있던 아버지(다스 베이더)를 구원하는데도 성공한다. ‘I’m your father(내가 네 애비다)‘라는 유명한 대사도 여기서 나왔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전반적인 이야기는 했으니 본격적으로 그 다름 시퀄 이야기를 해보자. 7편을 가만히 살펴보면 놀랍도록 40여년 전에 개봉한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과 너무나 닮은 구조를 볼 수 있다. 주인공이 가족이 없는 고아 출신이고, 그녀가 비밀 정보를 가지고 도망친 드로이드를 구해주는 부분, 어둠의 세력에 끌린 강력한 악이 등장하고, 적의 비밀병기가 가동되려는 순간 저항군의 활약으로 결국 파괴된다는 점 등이 그러하다.

 

 이렇게 7편과 4편이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셉 캠벨이라는 유명한 신화학자는 신화에는 ‘영웅의 여행’이라는 독특한 패턴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 패턴으로 스토리를 만들 경우 가장 대중이 선호하고 흥행이 보장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이것을 체계적인 이론으로 만든 책이 크리스토퍼 보글러의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라는 책이다). 영웅의 여행은 요약해서 말하자면 일상 세계 -> 모험에의 소명 -> 정신적 스승과의 만남 -> 시련 -> 보상 -> 귀환의 단계로 이뤄지는데 ‘스타워즈’를 비롯한 많은 헐리우드 영화들이 이런 공식을 따르고 있다.


 또 한편으로 7편을 포함한 무수한 시리즈가 파생되는 이유는 헐리우드 영화의 프랜차이즈 경향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소재 빈곤에 시달리는 헐리우드는 흥행이 보장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과거에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을 다시 리메이크하는 경우 위험성이 현저히 줄어든다. 스타워즈 1~3편의 제작이 시리즈의 상업적 성공을 이어가려는 전략이었다면 새로운 시퀄 7~9편도 그런 전략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7편의 감독이 ‘미션 임파서블’, ‘스타트렉’과 같은 프랜차이즈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J.J 에이브럼스라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그는 4편과 비슷한 구조의 영화를 만들어 새로운 관객은 물론 기존의 올드팬까지도 만족할만한 작품을 만들어 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 배우 이정재가 등장하는 ‘스타워즈 : 애콜라이트’와 같이 외전에 해당되는 영화들도 속속 개봉될 예정이라 이러한 전략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다음으로는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스타워즈 시리즈를 관통하는 소재가 있다면 바로 ‘포스(Force)’라는 개념인데, 이 포스의 균형이 깨질 때 악의 세력이 득세한다는 것이 영화의 설정이다. 7편에서는 ‘카일로 렌’이라는 악당이 등장하고 퍼스트 오더라는 세력이 나타나 포스의 균형이 깨지는데, 이러한 악의 세력에 대항하여 균형을 맞추는 대항마 역할이 여주인공 ‘레이’와 반란군이다. 


 포스는 육체와 시간을 초월한 것으로 일종의 초능력, 정신적인 힘, 기(氣)와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는 에피소드 6편의 마지막을 보면 죽은 아나킨 스카이워커, 오비완 케노비, 요다가 루크에게 나타나서 미소 짓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이 대표적인 포스의 힘이다. 이외에도 포스는 목소리로 찾아와 주인공을 각성시키는 역할도 한다. 이 포스가 시공을 초월하여 만물에 깃들어 있다는 내용이 영화 속에서 나오는데, 이 때문에 포스를 일종의 범신론적 개념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시리즈는 보편적인 교훈도 다루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스타워즈 시리즈가 인간의 원초적인 문제인 ‘선’과 ‘악’의 대결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시리즈를 보면서 우리는 왜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강력한 제다이 기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악의 편에 서서 다스 베이더가 되었는가 그리고 그의 뒤를 잇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카일로 렌은 부모가 ‘선’의 편에 있는 영웅임에도 불구하고 왜 어둠의 세력에 빠져 들었는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악’은 시스, 제국 그리고 퍼스트 오더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해 왔다. 그리고 선한 힘을 가졌으나 유약한 마음을 가진 이들을 유혹한다. 아나킨의 경우, 타투인 행성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았으나 그 어머니가 살해당한 이후에 강력한 힘을 갈구한다. 욕망과 탐욕 때문에 빗나간 그의 일탈은 결국 그를 파국으로 몰아간다. 아버지 한 솔로와 어머니 레아 공주 사이의 자식인 카일로 렌의 경우에는, 루크로부터 제다이 수련을 받다가 그들을 배신하고 어둠의 편에 선 것으로 나오는데, 영웅 부모의 자식이라는 기대감이 도리어 무게로 작용하고 그 틈을 악의 세력이 틈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악의 세력 반대편에는 선한 캐릭터들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전에 없던 인상적인 캐릭터들이다. ‘레이’는 제다이의 포스를 깨닫는 주인공인데 이전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강인한 여성 캐릭터다. 아울러 스톰트루퍼라는 적군의 병사였던 ‘핀’은 원주민을 학살하는 과정에서 그것이 옳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반란군 편으로 넘어오는 캐릭터다. 원래 에피소드 2를 보면 스톰트루퍼는 클론 병사로 개성이 없는 존재들인데, 자신만의 의지를 가지고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독특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처음에는 ‘FN-2187’이라는 번호로 불리다가 선의 세력으로 돌아선 이후에 ‘핀’이란 이름을 얻는다.


 이들 캐릭터의 면면을 봐도 우리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선택이다. 선한 자도 죄로 인해 탐욕에 물들게 되면 악의 세력에 빠지게 되고, 악했던 이도 옳은 일을 선택하여 돌아서면 본연의 자기로 정체성을 회복한다. 하나님 안에서 우리가 항상 선한 선택을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타워즈는 앞으로도 새로운 에피소드로 우리에게 찾아올 예정이다. 과연 선과 악의 양쪽에 서 있는 캐릭터들이 어떤 선택으로 어떻게 변모해 나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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