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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hni Dec 17. 2023

크리스천을 위한 사실충실성

<팩트풀니스>

 <팩트풀니스>(한스 로슬링(2022), 김영사)라는 책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밀리의 서재에서 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밀리의 서재에서 책의 서비스가 종료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이 말은 곧, 오프라인에서 책이 잘 팔린다는 이야기다. 중간까지 책을 재밌게 읽고 있었는데 그만 서비스가 종료됐다. 그러고도 한참 <팩트풀니스>는 나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었고,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에 결국 종이책을 구매하게 됐다. 여기까지 장황하게 썼는데,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책은 정말, 잊혀지지 않는 멋진 책이라는 이야기다.


 나만 이 책에 감동을 먹은 것은 아닌지, 빌 게이츠도 ‘내가 읽은 가장 중요한 책, 세계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한 유용한 안내서’라고 추천하고 있다. 그리고 대량으로 책을 구매해서 하버드 학생들에게 기부했다고 한다.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일단 저자의 낙천성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잘못된 본능 때문에 세상을 오해하고 있으며, 사실 세상이 우리 생각보다 괜찮고 또 계속 좋은 방향으로 전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말에 난 눈물이 날 정도로 큰 위안을 얻었다. 이 세상이 종말을 향해서 천천히 나아가고 점차 위험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그리고 함께 노력하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도 안겨준 책이다. 물론 그가 무작정 낙천적이기만 한 사람은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더라도 세상이 좋아진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기후위기 등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위험도 존재한다.


 그러나 세상은 해를 거듭하며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저자는 그래서 자신을 ‘가능성 옹호론자’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이는 이유 없이 희망을 갖거나 역으로 이유 없이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에 끊임없이 저항하는 사람을 뜻한다(100p). 상황은 나쁘면서 동시에 나아지고 있기도 하고, 나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나쁘기도 하다(103p). 그러나 우리는 ‘우보천리’의 정신으로 밝은 미래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비록 사소하고 느린 변화라도 조금씩 쌓이면 큰 변화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262p).

이미지 출처 : YES24

 그는 데이터와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으로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세상을 실제보다 더 무섭고, 더 폭력적이며, 더 가망없는 곳으로, 한마디로 더 극적인 곳으로 여기기 십상이다(22p). 그러한 대표적인 오해가 바로 우리가 세상을 두 부루로, 그러니까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으로 나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비 서구화된 사람들은 못 산다는 편견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의 이분법적인 사고를 추구하는 강력한 본능에 기인한 틀린 생각이다.


 저자는 삶의 단계를 1단계에서 4단계까지로 나눠야 한다고 말하며, 오늘날에는 75%에 이르는 대다수의 사람이 중간 소득 국가에 산다고 한다. 극빈한 삶인 1단계를 거쳐서 2단계, 그리고 3단계에 이르면 이제 전기도 안정적으로 공급되어 아이들이 늦게까지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나는 위에서 언급한 ‘사실충실성’이 크리스천에게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혹시나 하나님과 성경에 대한 무지 때문에 두려워하면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저 교회의 오랜 전통일 뿐인데 그것에 너무 얽매여서 자유롭지는 않은 것인지 자문하고 싶다. 간혹 교회에서도 ‘극적인 메시지’를 통해 사람들을 두렵게 하는 모습이 보인다. 하나님의 나라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것은 예수님의 방식은 아닐 것이다.


 물론 극적인 메시지는 사람들을 자극하는데 무척 용이하다. 누군가가 하나님을 믿고 축복을 받아 성공을 했다는 이야기 또는 벌을 받아 실패를 했다는 이야기는 자극적이고 솔깃하다. 크리스천도 그렇게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을 탈피해야 한다. 그런 세계관은 두려움과 스트레스, 그리고 오해를 불러온다(27p).


 <팩트풀니스>는 통계라는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사실에 충실하여 보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실생활에 유용하고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인 동시에 신앙적으로도 나의 교회 생활이 여러 극적인 본능에 따라 좌우되는 신앙이 아닌지 돌아보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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