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hni Jun 17. 2023

정의와 은혜

<지옥>

 우리는 악인들이 세상의 심판을 피하더라도 언젠가 죽으면 지옥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단테의 ‘신곡’같은 고전이나, <신과 함께>같은 영화를 보면 악인들이 사후에 지옥에서 고난 받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심판이 현실세계를 사는 우리 눈앞에서 펼쳐진다면 어떨까?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은 바로 그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당신은 몇 월 몇 일 몇 시에 죽는다’라고 고지를 받으면, 정확히 그 시간에 지옥의 저승사자들이 나타나 죄인을 무참히 폭행하고 종국에는 고열로 태워서 소멸시켜 버린다. 지상에서 지옥의 뜨거운 고통을 맛보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이 현상에 대해 원인을 알 수 없어서 공포에 사로잡힌다. 


 이러한 ‘사망고지’는 무작위로 받게 되는데, 사람들은 고지 받은 사람이 생전에 무슨 죄를 지었는지 궁금해 하며 신상을 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불행한 일에 대한 원인을 죄에서 찾는다(‘제자들이 물어 이르되 랍비여 이 사람이 맹인으로 난 것이 누구의 죄로 인함이니이까 자기니이까 그의 부모니이까’/요한복음 9장 2절).


 이 현상이 일어난 후에는, ‘인간이 좀 더 정의로워지길 원하는 신의 메시지’라고 주장하는 새진리회라는 종교단체도 나타난다. 새진리회는 죄를 지으면 시연을 당하는데, 그러한 공포가 도리어 죄를 짓지 못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시연을 당하기 전에 죄를 고백하라고 종용한다. 이들은 사람들의 공포를 자양분으로 삼아 세력을 불리고 권력화하는 집단이다. 신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주입하여 그것을 권력으로 삼는 것은 사이비 종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새진리회의 교리에 의하면,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죄인만 고지를 받는다. 다시 말하면 구체적인 행위로 드러나는 죄만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죄인이라는 원죄를 인정하면 기독교와 다를 바가 없다고 극중 새진리회 임원이 말한다. 


 그런데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가 고지를 받는 사건이 발생한다. 갓 태어난 아기가 어떻게 죄를 지을 수 있는가? 새진리회는 자신들이 주장해온 ‘신의 의도’를 뒤흔드는 이 사건을 없애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애초에 신이 무작위로 특정한 죄인을 뽑아서 백주대낮에 본보기로 심판을 시연하는 것 자체가 기독교적이지 않다. 새진리회 주장처럼 좀 더 정의로워지는 걸로 심판을 피할 순 없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죄인이고 모두가 심판의 대상이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로마서 3장 23절).


 원죄를 해결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로마서 5장 8절). 정의를 기준으로 삼아 노력으로 육체와 마음의 죄를 씻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령 이미 지은 죄를 고행으로 씻었더라도 다시 죄를 짓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먼저 나 대신 지옥의 고통을 당하신 예수님을 믿고 그 은혜의 선물을 받아들일 때 진정한 구원을 받을 수 있다. 


 ‘너희가 그 은혜를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나니 이것이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치 못하게 함이니라’(에베소서 2장 8,9절).

이전 03화 크리스천을 위한 사실충실성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