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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hni Feb 15. 2024

'응징자' 영화의 의미

<베테랑>과 <이퀄라이저>

 지난 2015년에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은 관객 수 1,300만명을 넘어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되었다. 이 영화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놀라운 흥행스코어를 거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짜임새 있는 스토리, 배우들의 호연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통쾌함’일 것이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자신의 일에 전문성을 가진 소위 ‘베테랑’인 강력계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안하무인으로 죄를 지으며 살아가는 조태오(유아인)와 대결하는 내용이다. 전세대출 때문에 구박받는 서민이지만 정의감에 불타는 경찰이,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재벌 3세와 불리한 대결 끝에 결국에는 승리한다는 내용이, 보는 이의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동시에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극명한 선과 악의 대결구도를 가지고 선이 악을 응징하는 영화들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사랑받는 장르이다. 편의상 이 영화들을 ‘응징자’ 영화라 부르도록 하자. 이런 ‘응징자’ 영화들은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베테랑>과 거의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는 <공공의 적> 시리즈나 <아저씨>가 이런 장르에 속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덴젤 워싱턴 주연의 <이퀄라이저> 시리즈가 바로 이 ‘응징자’영화다. 전직 비밀요원이라는 신분을 감추고 낮에는 마트에서 일하면서 밤에는 심야 까페에서 책을 읽는 것을 일상으로 삼는 로버트 맥콜(덴젤 워싱턴). 그는 우연히 만난 어린 콜걸인 테리(클로이 모레츠)와 친구가 된다. 어느 날 그녀가 러시아 마피아들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자 맥콜은 그녀 대신 복수를 감행한다.


 ‘응징자’ 영화를 살펴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다. 드러내지 않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고수(베테랑)가 있다. 서민의 삶을 살아가는 그에게는 친구가 있는데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서민인 친구가 악당으로부터 무자비한 폭력을 당하고 세상에는 그를 위해 싸워줄 사람이 없다. 그런 그를 위해 ‘능력자’인 주인공이 은둔의 삶을 버리고 악과 맞서기 위해 떨쳐 일어난다.

<더 이퀄라이저> / 출처 : 네이버 영화

 사람들은 왜 이런 영화에 열광하고 또 돈을 주러 보고 가는 것일까? 그것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기본적으로 정의가 있고 선한 마음이 깃들어 있기 때문 아닐까? 그래서 악을 보면 분노하게 되고, 누군가가 그것을 바로잡아 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그래서 악을 제거하여 세상의 균형을 잡는 자-바로 이퀄라이저-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하나님 아버지의 모습이다. 공의의 심판자이신 그 분은 악을 용서하지 않으신다. 악은 언젠가는 그 보응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한 진리가 스크린을 통해 가시적으로 보여질 때 우리는 통쾌함을 느끼게 된다. 하나님은 세상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시는 분이시다. ‘응징자’ 장르에 속하는 영화에서는, 능력을 가지고 힘없는 자들을 돕는 그 분의 그림자를 볼 수 있다.


 한편, 이들 영화들은 현실세계의 어두움을 반영하고 있다. 이상적인 영화의 세계에서는 주인공이 승리를 거두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극장 밖을 나오는 순간, 선 보다는 악이 득세하는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베테랑>을 통해 천만 관객 이상이 통쾌함을 느꼈다는 것은, 반대로 대한민국이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사람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사회라는 것을 뜻한다. 한국사회는 자본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가 계급으로 나눠지고, 또 그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영화가 이것을 대신 박살을 내주니 흥행할 수밖에. 이들 영화는 시리즈화되어 꾸준히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응징자’ 영화들을 단순히 재미있게 볼 수만은 없는 이유이다. 극장 밖을 나오면 여전히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포드 머스탱으로 무고한 차들을 부수며 질주하는 조태오가 여럿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절망한다.

 이제 극장 밖 현실로 돌아온 우리는 어찌할 것인가? 류승완 감독이 네이버 영화 매거진과 인터뷰한 내용이 정답인 것 같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베테랑>이라는 제목을 쓴 이유가 그거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각자 자기의 일을 제대로만 해낸다면 얼마나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을까. <베테랑>은 그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서 있는 곳과 맡고 있는 일은 각기 다르지만, 매일매일 정직하게 최선을 다해 하나님의 소명을 완수하는 ‘베테랑’이 될 때, 세상은 달라질 수 있다. 극 중에서 서도철은 이런 대사를 날린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 우리도 세상을 향해 이렇게 바꿔서 말해보자.

 "우리가 은과 금이 없지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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