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지난 2019년 여름에 아이유와 여진구가 주연해서 많은 관심을 끈 작품이다. '호텔 델루나'는 서울 시내에서 가장 번화한 명동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곳에는 아무나 갈수가 없다. 낮에는 낡고 허름한 건물이지만 밤이 되면 화려한 호텔로 변모하는 이곳은, 다름 아닌 귀신들을 손님으로 모시는 그런 호텔이기 때문이다. 귀신 손님으로부터 좋은 기운이 생기면 마고 할멈이 찾아와서 호텔에 필요한 것을 주고 가기 때문에 다양한 사연으로 모이는 귀신을 잘 모시는게 중요한 설정이다. <호텔 델루나>는 이 호텔의 사장인 장만월(아이유)과 지배인 구찬성(여진구) 등 여러 군상들이 모여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전개되는 드라마였다.
귀신이 나오는 드라마야 예전부터 여름만 되면 방영되는 단골소재이기는 하다. 그러나 <호텔 델루나>가 독특한 것은 바로 그 호텔의 설정 때문 아닐까? 아무나 접근할 수 없으나 어딘가에는 존재할 것 같은 공간. 바로 판타지 영화에서 주로 쓰이는 설정이다.
가만, 판타지만이 아니라 액션 영화에도 이런 공간이 존재하는 것 같다. 죽은 자들이 잠시 들리거나, 특정 인물들이 잠시 거쳐가는 공간이 나온 작품들 중 생각나는 작품이 있는가? 필자는 <해리포터> 시리즈하고 <존윅>이라는 영화가 떠오는다. <해리포터>는 킹스크로스역 9와 3/4 승강장이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가는 역할을 하고, <존윅>은 킬러들이 싸우다가도 특정 구역에 들어가면 싸움을 할 수 없는데 그게 ‘콘티넨탈 호텔’이다. <호텔 델루나>의 원작이라고 알려진 <우세모노 여관>도 귀신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는 그런 내용이라고 한다.
이미지 출처 : tvN
공간 자체를 판타지스럽게 만들면, 그 안에서는 쉽게 초자연적인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호텔 델루나‘에서는 귀신들이 투숙을 하면서 이전에 못다한 소원을 성취하고 저승으로 가게된다. 못 먹어서 굶어죽은 귀신에게는 무한대로 맛있는 음식을 제공한다거나, 장사하느라 공부를 못하고 돌아가신 할머니에게는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등 일종의 ’한 풀이‘ 공간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이런 소원을 성취하기 어려우니, 판타지 콘텐츠 안에서라도 그러한 욕망을 성취하고 싶은 것일테지. 아참, 잠복근무를 하다가 죽는 경찰관의 경우에는 대신 복수를 해주는 식으로 한을 풀어 주더라.
그런데 이런 공간은 천주교에서 말하는 ‘연옥’을 생각나게 한다. 연옥은 이 세상과 천국의 중간에 있는 공간인 것으로 옛날 사람들은 생각했는데, 여기서 일정기간 단련을 받고 영혼이 정화되면 천국으로 가게 된다고 믿는 한편, 살아있는 사람들의 기도를 통해 연옥에 있는 이들의 처지가 변화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믿었다.
사실 사람들의 행위에 대한 최종 심판은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고, 이 세상의 고난과 슬픔을 당한 이들은 하나님께서 위로해 주시는 것인데, 그걸 사람의 힘으로 하겠다는 생각이 이 ‘연옥’이라는 공간에는 깔려있는 것 같다. 또 믿음을 가진 사람은 천국에 대한 소망으로 이 세상의 고난을 이겨내고 이 땅에 살면서 천국을 누리면서 사는데, 연옥은 그런 생각과는 다른 공간인 것 같고.
사람들은 현실이 힘들면 위로받기 위해서라고 그런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데, 사실 우리에게는 이런 공간이 너무 가깝게 있지 않는가? 바로 하나님께 예배드릴 수 있는 '교회'라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연옥이나, 특별한 공간을 상상하는 이유를 알고, 그러한 갈망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적 공간으로 교회를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