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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hni Dec 26. 2023

다른 것을 의지하는 자의 결과

<잠>

 사람 인생의 1/3을 차지하는 수면. 얼마나 수면의 질이 좋으냐가 그 사람의 일상생활과 건강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런 수면 활동에 문제가 생기면 얼마나 괴로운 일이 생길까? 이것을 2023년 영화 <잠>은 잘 보여주고 있다.


 신혼부부인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 어느 날 현수가 수면장애를 보이고, 무의식 중에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수진은 현수와 함께 병원을 찾는다. 수면클리닉의 조언대로 여러가지 처방을 해보지만 현수의 상태는 점차 심각해진다. 마침 아기를 출산하게 된 수진은 현수가 아기를 해칠까봐 두려움에 휩싸인다. 이러한 두려움에 부채질을 하는 것은 수진 어머니에 의한 무당의 등장이다. 무당은 현수의 기이한 행동이 모두 최근에 죽은 아랫집 할아버지의 귀신이 씌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믿어버리게 된 수진은 온 집에 부적으로 도배를 하는 등 퇴마를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데...


 영화 <잠>은 현수의 수면장애 및 이를 통해 발생하는 여러가지 이상행동이 몽유병과 같은 의학적 이유인지 아니면 수진의 믿음처럼 할아버지의 귀신이 빙의한 상태에서 벌어지는 심령현상인지 모호하게 만든다. 영화의 결말조차도 정말 할아버지의 귀신이 빠져나간 것인지 아니면 현수가 그런 것처럼 연기를 한 것인지를 명확하게 판가름하지 않고 마무리한다(극중 현수의 직업이 배우라는 사실이 의미심장한 설정이다).


 기이한 현상이 발생할 때 혹자는 그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하고 다른 누군가는 영적인 현상으로 이해하고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필자가 최근에 읽은 책 <엑소시스트>에서도 이런 면이 잘 나타난다. 책은 ‘시대와 장르를 넘어선 불멸의 오컬트 호러’라는 광고 카피가 무색하게 별로 무섭지 않았으나, 리건이라는 소녀의 행동에 대해 정신병이냐 아니면 귀신들림이냐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장면이 오히려 흥미로웠다. <엑소시스트>에서는 소녀에게서 다른 인격이 나타나는 장면을, 이전에 읽은 주술책을 무의식에서 흉내내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하고 몸에 나타나는 성흔(聖痕)도 환자가 민감한 피부에 자신이 손가락으로 그려서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한편, 방 안의 물건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현상조차도 환자의 내적 긴장이 높아진 상태에서 미지의 에너지를 일으켜 발생하는 사건이지 '빙의'는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그러나 책은 결국 신부들이 소녀에게 ‘엑소시즘’(퇴마의식)을 행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사람이 이상행동을 하는 괴현상을 의학적으로, 과학적으로 해결하려고 애쓰다가 종국에는 그것이 영적인 영역의 일이었음을 깨닫고 결국 선과 악의 대결 또는 신과 악마의 대결로 이어지는 것이 이런 ‘엑소시즘’ 류 영화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그런데 괴현상이 귀신이 소행이라고 믿고 광기에 어려 설치는 사람은 의외로 평소엔 합리적인 사람이다. 영화 <잠>에서 수진도 대기업에 다니는 성실한 직장인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그녀가 퇴마에 대한 광기에 사로잡히자, 남편 현수를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자신의 행동이 합리적인 것임을 강변한다. 여러가지 근거를 대면서 PT를 하는 이 장면은 오히려 무턱대고 미친 사람보다 더 무섭다. 극 초반에는 수면장애 치료에 적극 나서면서 현수가 배우의 꿈을 포기하려고 하자, ‘부부가 힘을 합치면 못할게 없다’라고 하며 그를 격려하던 수진이 왜 미치게 된 것일까? 결국 그것은 두려움이 원인이 아니었을까 한다. 아기가 생기자 소중한 아기를 잃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이 무당의 말을 맹신하게 된 원인이다.


 일상의 두려움은 이렇게 사람을 변하게 만들고 눈 앞에 보이는 것을 의지하게 만든다. ‘사람을 두려워하면 올무에 걸리게 되거니와 여호와를 의지하는 자는 안전하리라’(잠 29장 25절). 하나님이 아닌 것으로 두려움을 이겨내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영화 <잠>은 사람이 광기에 사로잡히게 된 근원에는 두려움이 있고, 이에 대한 진정한 해결은 하나님께로의 의지에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나를 사랑하신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다른 것이 아닌 하나님 안에서 평안함을 찾는 우리가 되자. ‘여호와를 기뻐하는 것이 너희의 힘이니라’(느 8장 1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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